민심에 기반한 정치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요즘이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5월9일 19대 대선 이후 홍준표·안철수 등 주요 대선주자들이 정치 전면에 조기 등판한 데 대한 서소회다. 민심잡기 열기가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군대가 연나라를 쳐서 승리하자 제선왕이 신이 나서 맹자에게 물었다. “연나라를 공격해 50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기회에 연나라를 합병해 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만일 연나라 백성들이 제나라의 속국이 되는 것을 기뻐한다면 차지해도 됩니다. 옛날 주나라 무왕도 그랬으니까요. 반대로 연나라 백성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합병하지 마십시오. 옛날 주나라 문왕도 그랬으니까요.”

백성의 마음을 진심으로 얻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무리 군대와 병기, 땅을 차지해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머잖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맹자의 말 속엔 내포돼 있다.

■‘초심 회귀’ 선언한 안철수 대표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후신)이 분화돼 ‘안철수 당’ 곧 국민의 당이 창당된 건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12월 13일이다. 당시 탈당하는 의원들의 변은 한결 같이 총선 승리와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였다. 호응도 적잖았다. 양당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대안세력을 찾는 유권자의 표심 변화 때문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국민의 당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대선에서 실패했다. 증인 조작 사건을 겪으면서 이미지 훼손도 작지 않았다.

원내 제3당이자 제2야당인 국민의 당이 새 변화를 맞고 있다. 국민의 당의 새 대표로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27일 선출됐다. 51.09%의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로 당선된 것이다. 이로써 안 대표는 19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110일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했으며, 임시 지도체제로 운영되던 국민의당 지도체제도 정상화됐다. 안 대표는 강한 결기를 보였다.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면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 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안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실천적 중도개혁정당'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당을 전국정당으로 키우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국민의 당의 창당 당시 기세는 매세웠다. 19대 대선에서 21.3%라는 무시 못 할 득표를 했음에도 대선 후에는 5% 안팎의 낮은 지지율이 말해 주듯 국민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 ‘문준용 씨 제보조작 사건'의 여파도 있었지만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인사청문회와 추경예산안 등 정치현안에서 집권여당과 제1야당 사이의 정치적 곡예를 하면서 존재감을 상실한 탓도 있었다.

당 대표 출마에 대한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안 대표는 다시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게 됨으로써 일단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민의당 당원들은 당의 '창업주'이자 대선후보였던 안 대표를 살려놓아야 당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안 대표의 앞날에는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지도자부터 개혁에 앞장서야

우선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추락한 지지도와 당의 정치적 위상을 복원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밝힌 것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제2 창당의 각오로 몸을 던지지 않으면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마음은 있더라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는 그만둬야 한다. 5% 안팎으로 추락한 당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민심을 얻고 수권을 넘어 정치선진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대답했다. “정치란 바로잡는 것입니다. 선생부터 올곧게 본을 보인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지도자의 신뢰는 바로 개혁에 앞장서는 솔선수범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改(고칠 개)자를 파자(破字)하면, ‘자기(己)를 쳐서(?) 자기부터 고쳐라’라고 풀이할 수 있다. 곧 지도자가 개혁을 부르짖기 전에 지도자 자신부터 먼저 개혁에 앞장서라는 것이다. 무릇 크고 작은 어느 조직이든 최고지도자가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실천력이 있을 때 성공은 담보되는 법이다. 안철수 대표로 상징되는 국민의 당이 가야 할 길이다. 국민의 당이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 한국의 정당정치가 한 단계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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