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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칼럼] 탈원전은 제2의 ‘역사교과서 국정화’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일간투데이
  • 승인 2017.08.29 17:28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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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그리고 취임사에서도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했다. 듣는 순간부터, 또 들을 때마다 가슴 뛰는 말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소탈과 소통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뜰에서 흰 와이셔츠에 커피를 들고 걷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감동한다. 그것이 연출이라 해도 좋다. 겉옷을 스스로 챙겨 입고 벗고, 커피를 손수 타서 마시고, 참모들과 스스럼없이 농담하는 대통령은 국민에겐 신기한 모습이다. 적자생존’(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잘 받아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도 사라졌고, 각본 없는 자유질의 회견도 신선하다.

문 대통령의 탈권위는 이전 정부와 극명히 대비된다. 새롭고 좋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겸손에 대한 국민의 신뢰 덕에 허니문기간도 연장됐다. 국정 100일이 지난 지금, 가슴 뛰게 한 그 표어가 얼마나 살아있는지 보고자 한다.

먼저 후보시절 그렇게 강조하던 장관인선의 5대 인사원칙이 속절없이 사라졌다. 공약은 지켜져야 하지만, 무조건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약은 제한적 조건하에서 만들어지고 선거승리를 위해 약간의 과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장관임명에 5대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잣대를 제시해야 했다. 국민의 뜻과 후보자의 능력을 내세웠는데, ‘내로남불’의 변형인 ‘문로남불’(문재인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그러면서 좌파 성향의 자기사람들로 채웠다. 이러한 코드 인사는 전 정부의 수첩인사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둘째, 사드에 그렇게 부정적이던 대통령이 추가배치로 돌아섰다. 복안이 있는 것처럼 했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카드를 복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이니 환경영향평가니 하면서, 먼 길을 돌았다. 할 것 같이 하면서 안 해도 밉지만, 안할 것 같이 하다가 하면 더 밉다. 미국에겐 인심을 잃었고, 중국에겐 괘씸함만 더 했다.

■ 대표성 없는 공론화委론 ‘무리’

셋째, 탈원전 문제로 국론이 갈린다. 탈원전 여부가 국회로 넘어가면 정쟁의 대상만 된다고 하는데, 대의기구에서 논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는 대의제 원리에 어긋나며, 대의전제(專制)를 통제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헌법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탈원전을 ‘경제와 환경’의 충돌로 보지만, 안보의 성격도 지닌다. 전기는 1초라도 멈춰서는 안 되는데 국가비상시 석유보급로가 막힐 경우 전기의 자급자족은 원전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국가중요정책에 관해 국민투표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탈원전 여부는 오늘과 내일의 모든 국민에게 결정적 영향을 주는 (국가안위와도 관련되는) 중요문제이므로, 5년 한시적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며, 대표성 없는 공론화위원회(시민배심원단)가 결정할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괜한 국력 낭비하지 말고, 국회에 넘기거나 국민투표로 결정되어야 한다. 국민의 높은 지지율을 근거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여론을 직접 이끌려는 모습은, 의회와 야당을 적폐로 보면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전 정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여론을 파트너로 삼는 ‘이벤트 정치’로는 100대 공약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 소신 고집하다 나라를 ‘연습장化’

박근혜 정부는 수많은 반대를 무시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감행했다. 국정화는 역사를 하나의 잣대로만 보게 하는 것으로 옳지 않고, 더욱이 부친에 대한 평가가 불가피한데 딸이 집권하는 기간에 이를 추진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섭게 밀어붙였는데, 지금은 없던 일로 됐다. 대다수 국민의 우려를 무시한 결과의 뒷모습이 씁쓸하다. 제왕적 모습에 실망해서 촛불을 들었는데, 제왕적을 그렇게 비판했던 문 대통령이 탈원전을 제왕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촛불을 왜 들었는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하다보니 국정운영과정에 흠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감당 못할 것 같은 선심정책도 나름 복안이 있는 것으로, 사드나 북핵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나 애매모호함도 신중함으로 보고 싶다. 그러나 개인적 소신을 고집하느라 나라를 연습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며, 보수정부(이명박, 박근혜)가 한 것은 무조건 싫고 틀렸다는 적개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뒤틀어짐은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되는데, 다 잘할 수 없다. 또 조급한 마음으로, 숨 가쁘게 단거리 경주하듯 해서도 안 되는데, 다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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