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 끊기’에 나섰다. 당 혁신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또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했다.

친박계와의 절연(絶緣)이다. 당 혁신위의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당은 2016년 4월 총선 공천 실패로부터 2017년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햑신위 결정은 지난달 홍 대표가 이미 ‘박 전 대통령 탈당’ 문제를 공론화했고, 혁신위 구성에 홍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기에 당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위 발표대로 당의 큰 흐름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배경이다.

혁신위 방침에 자유한국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친박·비박 모두 불만이다. 친박계는 대여 투쟁을 해야 하는 이 시점에 왜 탈당 운운하나. 논의를 일절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비박계에선 “고작 3명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박계는 ‘친박 8적’은 고사하고 올 초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징계했던 윤상현 의원마저 빠졌다며 3명으로 생색만 내고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홍 대표의 꼼수라는 비판이다. 국정의 한 축으로서 제1야당이 제 역할을 하는 등 바로 서려면 ‘친박계 청산’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래야 경우에 따라선 뿌리가 같은 바른정당과의 보수대통합의 길도 열릴 수 있다.

전대미문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사리사욕에 눈먼 최씨 사람들이 국가 권력을 동원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질서를 짓밟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범 신세가 되도록 방치, 방조한 게 친박 세력이다.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도 하라는 것인데, 되레 살길을 찾겠다며 버티고 있다. 우리나라 건국과 산업화를 이끈 보수 진영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쟁과 책임 등 보수의 기본 가치가 친박의 패권주의와 오만으로 망가지고 질려버린 보수층이 등을 돌린 지 오래다. 건전 보수가 새롭게 재건되지 않으면 자멸하게 된다.

변화와 개혁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공당으로서 국민에게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잘못에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변화를 위한 가장 초보적인 전제조건이다. 뼈를 깎는 결연한 자세로 친박당의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의 내일은 없다. 홍준표 대표는 혁신위 권고안을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내려지는 10월 17일을 전후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친박계의 자발적인 ‘폐족(廢族)’ 선언과 진심어린 반성, 홍 대표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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