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현금성 자산 갖춘 베이비부머, 강남 재건축 시장 '눈독'
시세차익 노린 수요 '북적'…전문가 "지나친 규제 부작용" 지적

▲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8·2 부동산 대책 이후 비규제 대상 지역에선 분위기가 냉랭한 가운데, 규제 대상 지역은 청약 과열이 일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 중심으로 현금이 풍부한 베이비부머들이 청약시장에 가세하면서 될 곳에만 몰리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규제 옥죄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주택공급을 통해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1% 상승했다. 이는 대책 발표 이후 6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인근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공급돼 '로또 아파트'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청약과열 현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재건축 가격은 0.11% 올랐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한 것은 지난 11일(-0.25%)부터 5주 연속 하락이나 보합을 기록한 이후 6주 만에 처음이다.

지난 15일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하는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의 견본주택에는 분양가가 시장 예상가보다 낮은 3.3㎡당 3220만원으로 책정돼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청약에 당첨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앞서 GS건설과 삼성물산이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분양했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 6차 재건축 '신반포 센트럴자이'와 개포동 개포시영 재건축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는 각각 평균 168대 1, 4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전 타입이 1순위 마감됐다. 특히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올해 들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전매제한 및 대출규제, 청약제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8·2 대책의 여파로 인해 주택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우세했다.

하지만 분양가 압박을 통해 주택 가격 안정을 시도하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청약시장이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이른바 '로또판'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이달 4일부터 10일까지 조사대상자 12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4명가량이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수도권 분양시장은 로또 시장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택을 투기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잡기보다는 장기적인 주택 공급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을 들여야 하는데 현실은 부동산 시장에서 실수요층을 소외시키고 부자들의 '로또판' 분위기를 조장했다"며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지 등을 중장기적으로 주택 물량을 확보면서 신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주거 서비스 안정을 위해 서울 외곽 또는 수도권 중심으로 민간을 활용한 택지공급이 현실적인 방법임을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며 "서울 일부 주거선호도 높은 지역에 분양가상한제 등을 통해 분양가를 규제하기보다는 원활한 주택 공급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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