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신상태다. 경기불황의 골이 깊은 데 원인이 있다. 폐업자 수가 역대 최고수준인 게 잘 보여주고 있다. 국세청의 '2017 국세통계 조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창업한 사업자는 122만6443명, 폐업한 사업자는 90만9202명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3360개의 사업장이 문을 연 사이에 다른 편에선 그 74.1%에 해당하는 2490개 사업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오랜 경기 침체에 취업을 못한 젊은 층이나 은퇴한 직장인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몰려든 데다 시장경기마저 악화되면서다. 대출금과 점포 임대료, 직원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서 한 달에 100만원을 손에 쥐기도 힘든 상황이다.

자영업 붕괴는 불황도 불황이지만, 비싼 임대료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가 내놓은 연례보고서 '세계의 주요 번화가'를 보면, 지난해 명동 월 임대료는 ㎡당 93만7714원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비쌌다. 명동 임대료는 전년보다 6.3% 올라 상권 순위도 9위에서 한 계단 올랐다. 강남역 상권의 ㎡당 월 임대료는 7.3% 오른 72만2820원, 가로수길은 36만3025원이었다. 천청부지로 오른 임대료 탓에 기존 자영업자들은 내몰린 지 오래다. 장기 경기불황에다 치솟는 임대료에 자영업자들은 안팎곱사등이 신세인 것이다.

■출혈경쟁 못 견디고 파산 위기

한국경제는 일부 재벌들의 자산축적은 놀랍게 증가되는 반면, 자영업자의 영업이익과 가계소득 증가율은 창업증가와 사회보험비용 증가와 맞물리면서 퇴보하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창업에 뛰어들면서 불황에 따른 출혈경쟁에 견디지 못하고 중산층의 중심세력에서 밀려 나고 있다. 따라서 시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소득 다변화와 지식집약서비스업의 활성화를 위한 업태·정보서비스·금융 개발 등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렇다. 서비스업 육성에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주어져야겠다.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직업, 곧 모든 산업은 모두 소중하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을 안겨주는 순기능이 크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산업은 난개발과 자연 파괴, 공해 유발 등 역기능도 작지 않다. 빛과 그늘이다. 그럼 순기능 높은 산업은 무엇일까. 바로 서비스산업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이어서 상대적으로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덜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제조업보다 더 클 수 있다. 외국 관광객 100명을 유치하면 반도체 12만개를 수출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 매출액 10억 원당 고용규모는 의료 서비스업인 서울대병원이 7.7명인 반면 삼성전자는 0.6명, 현대차는 0.7명이라고도 한다.

■일본 성공사례 벤치마킹해야

사실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 서비스는 따른다. 유통, 의료, 관광, 스포츠, 교육, 문화, 심지어 농업, 법률, 공업,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서비스가 큰 생산성을 낸다. 현대에는 연회와 집회 주선, 종교적 음식 케이터링,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 서비스까지도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이다. 지금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서비스 산업혁명의 격랑이 일고 있다. 제조업도 서비스산업과 융합될 때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취업의 대명사는 누가 뭐라 해도 삼성·LG·SK·현대차 등 전자·반도체·자동차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이 고용창출을 주도했다. 그런데 최근 5년의 흐름에서는 롯데·CJ·신세계 등 유통·서비스기업이 고용인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서비스업 등의 활성화를 위해선 회기적 규제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일본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적극적인 돈풀기와 함께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이다. 아베 총리는 규제를 없애는 국가전략특구를 세워 새로운 산업을 육성했다.

그 결과 일본은 바이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앞서 달리는 나라로 변모했다. 일본 경제는 살아났고 완전고용을 넘어 일자리가 있어도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최근 일본기업들이 실업에 허덕이는 한국 청년들을 스카우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살리기에 지혜를 모을 때다. 권혁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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