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근본 속성 중 하나는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근래 유행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그런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고 하겠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다들 부유하게 살아서 모두 수레를 사가길 원하고, 관(棺)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일찍 죽기를 바란다는 옛말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적극 행동하고 손해가 되면 소극적인 습성이 있음을 간파한 말이다. 이렇듯 인간의 타고난 이익 추구 성향을 놓고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가치평가를 들이대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공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일이다.이를 위해선 법을 잘 지켜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의 질서가 바로잡히게 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표적 법가(法家)인 한비자가 “법을 바르게 아는 이의 지혜는 사악한 사람을 깨우치고(鷲見鴻知燭惡人), 강직한 성품은 간신을 바르게 잡아준다(强脣頸項矯姦臣).”고 말한 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불안한 안보 상황 속 정쟁 일관

문제는 남의 허물엔 단죄의 칼을 뽑아드는 지도층이 자신의 흠이 드러나면 아랫사람이 한 일이라고 발뺌하거나 상대 정당의 탓이라고 하는 등 매사 ‘남 탓’을 들먹인다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명분에 군색해지면 초법적 윤리관을 펼치며 법과 상식을 뛰어넘으려 든다. 실정법 논쟁이 도덕성 싸움으로 번지다가 정치투쟁으로 옮겨가는 3류 정치판의 행태를 보이곤 한다. 

한국정치를 들여다보자. 여소야대 상황, 협치(協治)가 더욱 긴요하다. 현실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구속과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4개월여 기간을 관통하는 용어는 ‘정쟁’이라고 하겠다. 국민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불장난에 언제 한반도가 ‘제2의 한국전쟁 참화’에 휩싸일지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권이 국리민복의 공익을 우선시 해야 하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어찌 해야 할까.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최고지도자, 곧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어진 책무가 크다.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가 작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있지만 그래도 힘 있는 쪽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주 문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된다. 제72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이 협치·인사 등 '국내 이슈'에도 눈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이 중요하다. 여야 5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은 상징적이다. 안정된 국내정국을 기반 삼아야 대북정책 등 격랑에 싸인 한반도 평화안보 이니셔티브를 갖고서 긴 불황에 허덕이는 민생 문제를 푸는 해법 도출도 가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개혁입법 추진 등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여야정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을 호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여야 대표 청와대 회동에 이어 이번에도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어 '제1야당'과 함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사실이다. 현실이 그렇더라도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에 더욱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사에 관한 한 서둘러선 안 돼

문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인준이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인사 문제에 관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초대 내각을 완성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새로 지명해야 하고, 현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헌법재판소장 문제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인사에 관한 한 급박하게 진행해선 안 된다. 새 정부에서 주요 고위공직자가 박성진 전 중기부장관 후보자까지 7명이 낙마한 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의 한계를 극복, 개혁 입법과 국정감사 등을 위해 더욱 튼실한 협치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정치는 쉽다.’ 맹자의 말이다. ‘맹자’ 이루장에서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정치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큰 가문이 군주를 따르면 백성도 좋아하게 되고, 한 나라가 좋아하게 되면 천하가 그를 사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세찬 폭우처럼 덕의 교화가 온 세상에 넘치게 된다(爲政不難 巨室之所慕 一國慕之 一國之所慕 天下慕之 故沛然德敎溢乎四海).” 오늘날의 큰 가문은 여론주도층일 수 있다. 야당도 그 하나다. 상대를 품는 최고지도자라야 한다. 부디 문 대통령은 정당·계파를 초월해 합리적 의견에 귀 기울이고 소통으로 국민통합적 정치를 하길 바란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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