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 이사·의장직 내년 3월까지만 수행…디스플레이 대표 이사도 사임
"신성장 동력 찾는 일 엄두 못내…비상한 각오로 경영 쇄신해야, 후진 위해 퇴진" 결심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사업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13일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사업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액 62조원, 영업이익 14조5천억원의 영업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신기록을 경신했다.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 결심을 전하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다.

권 부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를 통틀어 전문경영인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가진 인물이다. 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전실 차장 등 그룹 핵심 수뇌부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룹 전반을 관리했던 그룹 미전실이 해체면서 그룹 맡형인 삼성전자를 책임지고 있는 권 부회장의 역할과 행동에 대한 재계 안팎의 관심과 기대가 컸다.

권 부회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카이스트 전기공학 석사 등을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올해까지 32년째 삼성전자에 몸담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DS(디지털 솔루션)부문 총괄 사장에 취임했고 그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권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DS부문은 분기마다 사상 최고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부문이다. 스마트폰 고사양화와 대규모 서버업체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사상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을 타고 지난
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절대강자 인텔을 제치고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1위 업체로 발돋움하는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D램(45%)과 낸드플래시(36%), 올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세가 된 중소형 올레드(OLED)(95%) 등 관련모든 분야에서 압도적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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