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치권 행태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여야는 전전(前前) 정권·대통령도 모자라 전전전(前前前) 정권·대통령의 과오를 문제 삼아 소모적 정쟁을 일삼고 있다. 여야 행태를 볼 때 끝없는 대치 정국은 앞으로도 계속될 개연성이 짙다. 민심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건 아니다. ‘정치권은 제발 싸우지 말라’는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라 안팎의 위협 요인으로 안보·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정치리스크’까지 키워서야 되겠는가.
■당략·차기 선거만 의식한 행태
국정을 논하는 지도자들의 자세가 바뀌어야겠다. 당리당략과 차기 선거 당선만을 의식한 언행이 아닌, 역사를 생각하고 대한민국 공동체, 나아가 인류를 위한 공익적 가치에 눈을 뜨는 자세가 요청된다. 그래야만 정치꾼이 아닌 청사에 빛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변에 사람도 모이는 법이다. 변치 않고 오랫동안!
세상사 이치가 이러함에도 우리의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여간 큰 실망을 안겨주는 게 아니다. 안타깝다. 국정감사는 현안이 많다. 의원들은 사전에 철저한 자료준비와 현황 파악을 해야 한다. 민심이 향하는 곳을 직시하고 깊이 살펴 국정 방향타를 제대로 잡아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이치와 사정을 살펴 정치제도를 만들어야 한다(度理思情制政儀). 제도를 만들고 명분이 바로 서면 백성이 스스로 살아간다.(立法成名民自治)” 정치지도자에게 주는 관자의 충고다.
■과거 답습해선 발전 기약 못해
생산적 국감을 위해선 여야 정쟁을 지양해야지만, 피감기관을 대하는 여야 의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슈퍼 갑(甲)’으로 군림하려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공부하지 않은 의원일수록 호통부터 치고 본다는 걸 국민은 안다. 필요 이상의 고자세와 고성으로 피감기관을 다그쳐선 안 될 일이다.
'채근담’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남의 잘못을 따질 때 너무 엄해선 안 된다. 그 충고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히 할 것을 잊지 마라.(功人之惡 毋太嚴 要思其堪受).” 물론 공직자는 비단 국감장만이 아니라 평소 근무처 안팎에서도 비판받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국민 혈세를 아껴 쓰고, 국리민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국감이 두려운 장소는 아닐 것이다. 조선 중기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사계(沙溪) 김장생 선생은 “경계하고 삼가며 두려워해야 한다(戒愼恐懼)”고 타일렀지 않은가.
올해 국감은 이제 시작이다. 남은 기간 지난해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정책의 선후·완급·경중의 판단은 옳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 국정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겠다.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 하던 대로 답습하는 인순고식(因循姑息)을 벗어나야만 발전한다.” 200여 년 전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외침이다. 칼럼니스트
황종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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