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일정이 순탄치 않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16일 열린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에 반발하며 재판부에 전원 사임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국선변호인 선임 절차와 사건기록 복사 등에 시간이 걸려 연내에 선고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16일로 1심 구속 기간이 끝나는 박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영장을 지난 13일에 발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은 최대 2018년 4월16일 자정까지 늘어났다. 이를 겨냥해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리라고 재판부를 신뢰했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무너졌기에 변호인 사임을 결정했다고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박 전 대통령도 심경을 밝혔다.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음을 전제, "정치보복은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도 토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참담한 심경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재판 결과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되고, 구속 기소된 일 자체가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데는 박 전 대통령이 13개에 이르는 범죄 혐의를 받는 등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법적 해석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이미 구속된 최순실 씨 등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법원과 검찰의 결론이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박 전 대통령의 발언과 변호인단의 사퇴 배경에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에게 강제로 변호인을 선임하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핍박받고 있다‘, '불쌍하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치보복'이라면서 변호인들이 사퇴하는 것은 법리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여서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재판부가 정치적인 해결 의도에 법리적으로 진행하겠다며 그대로 선고한다면 박 전 대통령 측에겐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시점 깊이 생각해 볼 점은 변호인단의 기본자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변호인이 재판부에 예의를 지키며 법리적으로 대응했다면 영향을 좋게 미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다시 변론할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이 전부 박 전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임은 불 보듯 훤하다. 심리가 상당 기간 지연되고 미결구금 일수 증가로 피해가 피고인에게 돌아가게 됨을 직시해야 한다. 변호인 사임을 재고하길 바란다. 물론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길 요청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대한 어떤 예단도 없이 헌법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길 기대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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