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비리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 부패 현상으로서 뿌리가 깊다.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의 비상식적 과열 수주 비리는 대표적이다.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뜨겁자 정부가 제재 방침을 밝히고, 건설업계에 공개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공사는 조합원들에게 가전제품과 명품가방, 현금 봉투까지 뿌렸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무법지대다.

이 건설사는 돈 봉투 말고도 고급 청소기와 명품가방, 백화점 상품권을 주민에게 제공했고 재건축 조합 임원들은 따로 특별 관리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수주 경쟁을 벌였던 상대 건설사가 주민 제보를 받았다며 폭로한 건데 해당 건설사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유명 건설사들의 상도의가 실종된 것이다. 일례를 보자. 서을 강남 재건축 지역에 대한 수주 직전 ‘클린 수주 경쟁’ 선언까지 한 대형 A건설사에 대한 업계 시각이 곱지 않다. A건설사는 미분양이 나더라도 회사가 전량 분양가에 인수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조합원 손실분까지 떠안겠다고 공약했다. 특급호텔 식사 접대까지 했다.

B건설도 못지않다. A건설의 조건에 더해 이사비로 조합원당 70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시정 조치를 내리자 이사비 7000만원을 어떤 식으로든 주겠다고 약속했다. A와 B 두 회사가 사업을 따내기 위한 영업비용으로 각각 400억~500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적 비용을 쓰면서 ‘혈투 수주전’을 치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막대한 사업 이익과 강남권에 랜드 마크를 지어야 한다는 상징성이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수주전이 과열 경쟁으로 치닫는 건 건설업체의 ‘일감 부족’ 때문이다. 2014년 이후 공공택지 개발 중단으로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면서 도로·철도 등 공공공사 발주도 줄었다.

8·2 대책 이후 주택시장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여기에 저유가 추세로 해외 벌이도 시원찮다. 일단 따내기만 하면 많이 남고, 흥행도 보장된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건축·재개발 비리가 대낮에 버젓이 황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재건축·재개발 비리는 ‘부패커넥션’의 주요 고리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시공사나 하도급업체의 뇌물비용이 아파트 분양가의 거품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는 규모와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 심의에서부터 시공사 선정은 물론 마지막 분양까지 단계마다 뇌물이 오간 그간 사례들이 적잖게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뇌물성 로비자금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포함돼 선의의 입주자들만 손해 보기 십상이다. ‘부패 공화국’에 산다고 할 정도로 곪을 대로 곪은 우리 사회의 단적 부패상인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뿌리 뽑아야겠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조합과 시공사의 유착관계를 끊겠다고 도입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제도는 또 다른 비리의 연결고리에 불과하고,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한 조치 또한 현장에선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초기단계 자금투입, 비리 연루자 재산추징과 강한 형벌 등 엄중한 법 적용이 뒤따라야겠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재건축·재개발 시행은 청렴사회로 가는 상징적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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