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바람 잘 날 없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상황이다. 국회의원 및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까지 살충제 계란과 발암물질 생리대를 비롯한 크고 작은 논란에 대해 식약처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물론 과녁을 자초한 것은 식약처다.

국정감사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국회의원들은 식약처의 '반쪽짜리 검사'를 지적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감 업무보고에서, 식약처가 지난 8월 '살충제 계란을 평생 하루에 2.6개씩 매일 먹어도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졸속행정이라는 평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질타했다.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의 잔류 허용치는 '피프로닐 원 물질'과 체내 대사물질에 대한 '피프로닐 설폰'의 합으로 산출해야하는데, 식약처가 이 중 피프로닐 설폰을 누락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검사법으로 잔류 허용치를 계산했다면 매일 2.6개씩 평생 먹어도 된다는 발표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늦장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살충제 계란을 지적하고 나섰기에 예방이 가능했지만 식약처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파동 이후 회수율도 20%를 밑돌아 이미 국민 식탁에 살충제 계란이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있는 줄 알았던 생리대 전 성분 역시 그동안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었다가 발암물질 생리대 논란을 통해 다시 포함될 예정이라 말이 많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과 의약외품 전 성분 표시가 의무화 됐는데, 지면류인 마스크·물티슈와 함께 생리대가 그 대상에서 쏙 빠져있었다. 피부에 직접 닿아 여성 안전과 직결되는 생리대를 정부가 그동안 홀대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데 그마저도 부실공사다. 살충제 계란 관련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또 다시 기준치를 초과한 계란이 발견됐다. 해당 농장의 계란은 군부대에 보내질 예정이었다. 생리대 성분 표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앞으로 1년이 지나야만 한다.

이렇듯 논란이 제기돼야만 조치를 취하는 식약처의 '습관적 뒷북' 피해자는 국민이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국감에서 반성과 소통을 강조했지만 부실 검사와 늦장부리기를 반복하는 정부에게 국민이 소통을 먼저 기대할 리 없다.

국민은 더 이상 식약처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 늑대가 나타난 과정을 알리기 전에 늑대가 나타났다는 말 자체를 사람들이 믿어야하는데 사태가 벌어진 과정과 투명성을 먼저 걸고넘어지기 시작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유한킴벌리와의 관계 및 각종 논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실 기반의 발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통한 식약처의 신뢰회복과 쇄신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