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가 다시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시민단체와 건설업계간 찬반 논쟁이 정치권까지 번진 것이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공급하는 공공부문 아파트부터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후분양제 시행 계획을 묻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국감에서 주무부처 수장이 약속한 만큼, 후분양제를 시행하기 위한 로드맵 마련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주택공급 주체인 건설사는 아파트 공정이 3분의 2가량 진행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소비자·시민단체는 건설사가 마련한 견본주택을 보고 청약하는 선분양 공급구조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물건 하나 살 때도 꼼꼼히 따져보고 사는데 부지만 덩그러니 마련한 상태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청약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후분양제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완공한 아파트를 보고 청약하면 하자보수 문제는 자연스레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선분양이 우리나라에서 주요 공급방식으로 굳어진 상황인 만큼, 후분양제를 확대하기 위해선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과거 참여정부는 공공부문에 후분양제를 선도입하고, 민간주택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구상이었다. 그러나 관료와 건설업계의 반발로 지지부진해졌다.

업계에선 후분양제 도입시 자체적으로 건설자금이 마련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로 인해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어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특히 중도금과 계약금을 나눠 내는 기존 선분양과는 달리 단기에 완납해야 하는 후분양제는 소비자의 금융부담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체계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

건설업계에 후분양을 강제할 명분을 만들지, 인센티브를 부여할지는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 다만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토록 하는 것이 정부의 새로운 과제다.

건설사 역시 주택공급 구조가 후분양제로 기울고 있음을 인지하고, 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나 반대 명분만 내세우며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장수 기업의 생존 전략이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간 원활한 소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