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가 백성으로부터 우러름을 받는 것은 영광이다.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다. 전제왕조 시대로 치면 성군(聖君)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럼 최고지도자가 어떻게 해야만 정치를 잘할 수 있을까.

춘추시대 명재상 ‘관자’는 ‘백성은 산속의 옥과 물속 진주를 찾아내듯 군주의 음덕을 알아낸다(山玉淵珠)’고 전제하고 “훌륭한 지도자는 백성을 두려워해 마음을 닦고 덕을 쌓으면서 도를 위반할까 염려한다(聖主明王畏百姓 修心積德憂違正)”며 “좋은 재물은 백성들에게 돌아가게 하고 잘못은 모두 자기 책임으로 돌린다(珍財貴物返人民 有過無宜歸己行)”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관자’는 최고지도자가 범하기 쉬운 세 가지 과오를 꼽았다. 군주는 그 백성에 대해 요구하고, 금지시키며, 명령하고 싶어 하지만 한계를 넘게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진 군주라고 하더라도 위태로워진다고 경책한 것이다.

■국가개조 당위성과 통합 정신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로 상징되는 촛불집회 1주년이다. 비선 실세니 국정농단이니 하는 말들에 응어리진 ‘100만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국가개조를 요구했던 것이다. 국민이 정치를 바꿀 수 있고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케 한 역사적 사건이다. 광화문에 처음 촛불이 밝혀진 날로부터 1년이 지났고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여전히 ‘촛불 민심’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그렇다. 촛불 민심의 키워드는 ‘적폐청산’이다. 정치가 바로 서야 사회에 정의가 넘치고 지속적 경제발전도 가능한 것이다. 국가정보원과 사법부, 검찰, 불공정한 시장거래 질서 등 전방위적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촛불혁명의 작은 결과물이다. 촛불 혁명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책 형성 과정이 투명해졌고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 같은 숙의(熟議)민주주의가 새롭게 발아하는 게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한계도 적잖다. 시민적 권리가 존중돼야 하지만 요구가 지나쳐 압박 형태로 나타나게 되면 기존 대의제에선 협치를 어렵게 만드는 우려를 사고 있다. 자칫 정의의 이름만 내걸다 국민통합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대의제와 시민직접민주주의 사이의 균형을 찾을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매사 흑백논리로 편 가르기를 하려는 정치지도자들이 자제하고 성찰해야 할 덕목이다. ‘맹자’ 이루장에서 맹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정치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큰 가문이 군주를 따르면 백성도 좋아하게 되고, 한 나라가 좋아하게 되면 천하가 그를 사모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세찬 폭우처럼 덕의 교화가 온 세상에 넘치게 된다(爲政不難 巨室之所慕 一國慕之 一國之所慕 天下慕之 故沛然德敎溢乎四海).” 

■매사 흑백논리 빠진 지도자들

오늘날의 큰 가문은 여론 주도층일 수 있다. 야당도 그 하나다. 상대를 품는 최고지도자라야 한다. 부디 문 대통령은 정당·계파를 초월해 합리적 의견에 귀 기울이고 소통으로 국민통합적 정치를 하는 게 촛불의 의미일 것이다.

물론 적폐는 비단 앞의 정부에서만 만들어졌던 게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을 뜻한다. 적폐청산이 앞의 정부를 사정하거나 심판하는 것처럼 여기면서 비리 척결을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흔드는 정치세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치세술의 명저로 손꼽힌다. 618년에 세워진 당나라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정치 철학을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다. 통치자의 인재 등용을 통한 정의사회 구현을 강조하고, 통치자와 백성들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 역할로서의 관리의 의무, 민의를 반영한 정치, 근검절약 등을 수록하면서 이러한 목표로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군주의 ‘무한책임’을 들고 있음은 주목된다. 자연재해까지도 최고지도자의 덕 없음으로 여겼다.

정관정요엔 “경술 원년 봄 정월에 큰 바람이 불어 나무뿌리가 뽑혔다. 임금이 재변을 물리치는 방법에 대해 물으니 사천이 말하기를 덕을 닦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庚戌元年春正月 大風拔木 王問禳災之術 司天奏曰 莫如修德).”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