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석유선 취재팀장

때 아닌 물 난리로 온 나라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경기도 연천 ‘임진강 방류 사건’으로 인해 6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은 탓이다. 아들을 살리고 죽음에 이른 부정(父情)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잠시, 이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또 다시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수위를 높일 것을 대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런 주장 속에서 오는 2011년 완공예정인 ‘군남댐’이 구원투수로 새삼 주목받는 것을 보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임진강 하류 홍수피해를 막는 중책을 맡은 탓에 꺼리낌없이 ‘댐’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군남 홍수조절지’다. 2004년 건설사업계획이 발표될 당시, 주민들의 반대가 거센데다 환경파괴를 우려한 환경단체들의 비난을 의식한 정부는 가급적 댐이라는 표현을 피하고 싶었을 터.

그러다보니 총 사업비가 3131억원에 달하고 총 저수량이 7160만톤 규모의 댐을 설치하면서도 여론과 환경단체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홍보 한번 못 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지자 국토해양부는 군남댐이 조기완공되면 북한 황강댐의 방류에 대처할 수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고 있다.

군남댐의 기능과 역할이 이제야 제 조명을 받고 국민들이 임진강 수위조절 댐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댐이 환경을 파괴하는 ‘주적’이 아니라, 물 부족과 홍수를 대비하는 ‘아군’임을 조금이라도 인지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댐 건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곱지 않다. 군남댐은 장기간의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면서 겨우 착공할 수 있었지만, 삽도 못 뜬 동강댐과 홍천댐 사례는 우리 국민들의 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반증한다.

대한민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매년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외양간만 고칠 뿐, 불행을 막을 수 있는 댐 건설에 대해서만큼 너무도 인색했다.

어느 캠페인 문구처럼 ‘물은 생명’이다. 그 생명이 제 역할을 하고, 우리에게 쓸모 있게 사용될 수 있는 해법은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사후 긍정적 효과를 가늠하는 혜안이다. 그 혜안이 있었더라면 이번처럼 ‘사람 잃고 댐 돌아보는’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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