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 봉투까지 한글표기로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 직장인 김씨(31.남)는 지난달 누나의 결혼식에서 민망했던 일을 겪었습니다. 이날 축의금 접수대에 앉은 김씨는 축의금 봉투에 적힌 한자 이름 때문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한자를 모르는 것도 이유이지만 한자를 흘려 쓰는 필기체가 문제였습니다.

한자 이름이 적힌 축의금 봉투를 읽지 못했고 상대에게 이름을 물어 보기도 난감해 급한 대로 접수대에 함께 앉은 친구와 축의금 봉투와 메모지에 이중으로 번호로 표시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한자만 보고 이름을 알아 맞추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사람 이름에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한자가 무려 8천자가 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5년 1월 대법원은 국민의 출생신고나 개명 시 이름에 쓸 수 잇는 한자에 한국산업표준 한자 2381자를 추가해 총 8천142자로 대폭 확대돼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교 졸업자 등 고학력자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예전만큼 한자에 익숙한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경조사나 축의금 봉투에 자기 이름을 써서 전달하는 것에서 많이 느껴집니다. 이는 품의와 격식을 차리려는 행동일 수 있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또 일부 사람들은 자기도 잘 기억나지 않는 한자 이름을 남한테까지 부탁하면서 억지로 한자를 쓰고 있습니다. 

직장인 왕씨(32.여)는 "왜 어려운 한자를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글을 써도 예의에 어긋난 것이 아닌데 전부 한자를 써서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와 달리 봉투에 한자를 적는 노인들 세대들은 동명이인이 있을 때, 구분하기 쉽도록 쓰던 게 습관이 됐다고 말합니다.

오씨(81.남)는 "젊은 세대들이 한글이 편한 것처럼 우리는 한자로 이름을 작성하는게 편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동명이인이 있어 한글로 적을 경우 구분하기가 힘들다고 하나 그 경우는 한 두명 있을까 말까하고 또 이름과 직장명 등 부수적인 표기만 하면 혼돈할 염려가 없다"며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를 위해 한글로 성함을 쓰시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글로 이름을 적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고 한자 사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세대가 벌어지면서 생기는 풍경인 것입니다. 

한문교육도 이젠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금, 한자를 쓰지 않는다고 보기 안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경조사를 치를 때나 결혼식에 있을 때 대부분 젊은 세대들이 접수대에 앉습니다. 이런 젊은 세대들을 위해 배려로 한글로 이름을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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