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명예교수·시인

“도대체 지금이 어떤 때인 줄 아냐?” 답답하다는 연호의 표정. “근거 없는 미움이 들끓고 있는 때이겠지.” “근거 없는 미움이라니?” “그럼 자네는 그렇게 뼈아픈 원한을 누구한테 품게 됐고 대체 누구를 저주하고 어떻게 미워하고 있나?” 맑은 눈으로 연호를 응시하는 현. “지금에 와서 그런 질문을 하다니.” “자본가, 지주, 친일파, 반동분자, 이런 거란 말이지?”

이 글은 선우 휘(鮮于輝)의 소설 ‘불꽃’ 중의 한 대문이다. 두 친구 중 연호는 좌익 공산당원이고, 현은 거기에 반하는 우익 청년이다. 여기에서 관심되는 말은 “근거 없는 미움이 들끓고 있는 때”라는 말이다. 무력한 늙은이에 지나지 않는 피난민 노인을 인민재판에 회부해 총살시키려는 그 직전의 이야기다.

■ 中 ‘풍차 돌리기’에 휩쓸려서야

연호라는 공산당원의 미움의 대상은 자본가와 친일파와 반동분자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 당시와 별로 다름이 없다. 진보 정부는 마땅히 배치해야할 사드를 반대한 세력이다. “한·미동맹이 깨져도 전쟁만은 안 된다”는 세력이다.

최근 중국에 약속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추가 배치와 미국 미사일방어(MD)망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발전을 하지 않겠다고 한 내용은 친중·반미적일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해치는 내용이다. 한·미동맹이 깨지면 어떻게 되는가?

그동안 대한민국은 미국과 유엔이 살려낸 나라다. 그래서 오른쪽 날개(右翼)인 한·미·일이 협력해 돌아가게 됐다. 왼쪽 날개(左翼)인 북·중·러 역시 그동안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이 양대 진영은 한동안 해빙무드를 탔으나 이제는 북핵문제로 대결구도가 다시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한·미·일 동맹에 있어서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 왔다. 미국 없이는 북한군 동향 파악은 물론, 장사정포 공격 하나 제대로 방어할 수 없는 나라에서 한·미·일 동맹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공개 표명하는 게 말이 되는가.

핵을 가진 북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공조는 필수다. 이 공조가 깨어지게 되면 대한민국은 중국의 풍차 돌리기에 끼어서 따라 돌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시원찮겠는데, 문재인 정부가 하는 행태를 보면 위태롭기 그지없다.

■ 북핵 대처위해 한·미·일 공조 필요

동물 세계에서도 커다란 맹수가 호시탐탐 노릴 때 작은 동물은 큰 동물 곁에 있어야 산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하기 위해서 여러 모로 시도했다. 중국의 풍차 돌리기에 휩쓸려 빨려들지 않으려면 한·미·일 공조를 더욱 튼튼히 다지는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국론분열은 금물이다. 그것은 파국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암초에 부딪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인데 자본가가 어떻고 친일파가 어떻고, 그럴 때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기간동안 반미시위대는 평화를 외치면서 폭력을 일삼았다. 물통과 쓰레기를 던져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를 역주행하게 만들었다. 성조기를 불태우고 트럼프 대통령 얼굴 모형에 빨간 스프레이를 뿌려 모욕했다. 입버릇처럼 평화를 입에 담으면서 폭력을 행사했다. 평화를 외치려면 미워하는 마음부터 뽑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미움의 근원을 더듬어 올라가면 마르크스가 나온다. 자본가를 증오하는 것은 노동자의 잉여노동시간에 따른 잉여가치를 내세운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잔재라 하겠다. 반동분자로 몰아 처단하려는 것은 마르크스 ‘유물사관’의 잔재라 하겠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노동계급의 패거리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천국을 만드는데 여기에 가담하지 않는 반동분자는 처단해야 한다는 유물사관 잔재로서의 패거리의식이다. 이 시대 늦은 증오의 철학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 말로는 회칠한 무덤일 뿐이다. 이미 실패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증명하고 있지 아니한가? 문재인 정부 역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미 실패한 그 길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 미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