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일까. 구글의 위치정보 무단 수집 관련 소식에 왜 이런 생각부터 드는지 모르겠다. 알려진 대로 구글은 지난 21일 관련 보도에 기지국 정보를 뜻하는 Cell ID를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바로 폐기했다고 활용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기자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확인한 결과 지난 23일 구글코리아 관계자를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추후조사도 예고했는데 쟁점은 바로 구글에서 부인했던 '활용여부'일 것이라고 방통위 관계자는 전했다. 위법적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이 자신의 위치를 회사에게 전송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시라. 방통위 및 해외 조사 결과가 명확하게 나와봐야겠지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들뜬 마음으로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사용자들에게는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구글 대변인의 말처럼 단순한 '기능 개선'이 목적이었다면 추후 어떻게 사용하고 폐기했는지에 대한 과정도 함께 공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사람들은 혹여나 자신의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그 걱정은 구글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동안 구글은 '맞춤형 광고'를 선보일 때도 '사생활 침해'논란이 있었고 경쟁사의 웹브라우저 사용자 정보를 추적해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국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사례도 있다. 참고로 국내 안드로이드 사용자 비율은 80%가 넘는다.

엠마왓슨, 톰행크스 주연의 '더 서클'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줄거리를 안다면 지금의 논란과 이 영화를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상황보다 과장된 장면이 몇몇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할 장면도 분명 있다. 주인공 에미(엠마 왓슨)가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하자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방, 이메일, 전화통화 등을 공개하며 사람들의 환호와 관심에 무감각해진 주인공. 결국 그 프로그램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비극적인 결과를 맞게 된다.

영화가 지적하는 것은 '무감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술과 과학이 발달하고 보다 편리한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지만 자신의 '삶'과 이 '진보'를 이분화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러한 걱정을 '구글'에만 한정짓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기업들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그 주변에 있는 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하나 더 있다. 무릇 한 가지만 바뀐다고 '혁명'이라 칭하지 않는다. 기본과 윤리를 외면한 '진보'는 '새드엔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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