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익=경제 전체 수익’처럼 보이는 문제도 있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코스피 525개 상장사의 1~3분기 누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우리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은 120조5000억원(연결기준)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26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그런데 여기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제외하면 523개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산업구조의 일방적 의존도가 심할 경우 초래되는 ‘후유증’이다. ‘반도체 호황’ 뒤 국민경제에 드리워진 그늘이 너무 진하다는 경험이다. 예컨대 우리 경제는 1993~95년 전대미문의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위기, 2002~2004년 D램 급성장기 후 2008년에 맞은 경제위기를 맞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기에 다른 산업 분야의 기초체력, 곧 펀더멘털 강화가 시급한 것이다. 무엇보다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 경제지표를 보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80%대는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70% 초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아닌가.
제조업 생산능력을 시급히 높여야만 한다. 이미 공장이 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는 제약될 수밖에 없다. 활로를 찾아야 한다. 촘촘한 대응책이 시급하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설비투자 확대를 통해 제조업 도약의 발판을 강화하는 일이다. 제조업이 강해야 산업의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자금·기술·판로 등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소제조업은 종업원 기준으로 75%, 부가가치는 50%에 이른다.
최근 수출 호조 등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꿈쩍하지 않는 것은 중소기업이 서민 경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역시 중소기업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해외 수출용 제조업이 많아 그에 종속된 측면이 있었다. 차제에 내수 비중 강화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 등 국회의 뒷받침도 요청된다. 일자리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제조업 회생에 지혜와 힘을 모을 때이다. 음식이든 산업이든 ‘편식’은 금물이다. 달걀도 한 바구니에 담아선 안 되듯, 산업도 고루 발전해야 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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