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이 생체인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그니처점을 선보이던 기자간담회 때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형태가 모호했던 4차 산업혁명을 드디어 눈으로 확인한 기분을 느꼈다.
숫자로 이뤄진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번호가 아닌 맥을 짚으면 통통 튀는 정맥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인증하는 것. SF영화처럼 손목에 바코드나 마이크로 칩이 심어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흥미를 유발했다. 이 밖에 움직임을 감지해 범죄를 구분하는 CCTV와 360°스캐너 계산대 등은 미래의 편의점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같은 업계의 점포무인화에는 내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인건비가 오르니 기기로 대체하는 것, 우리가 우려하던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사회'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단순노무직과 서비스업은 발 빠르게 로봇화 되고 있다. 아주 단순한 업무에 시간당 7천530원을 주는 건 가맹점주 입장에선 상당히 큰 손해다. 24시간 돌아가는 업태일수록 이 같은 기기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지만 점포무인화 현상은 이 두 가지가 충돌하는 양상을 띤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선두로 진행되는 유통 4차 산업혁명이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얽혀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진행되는 흐름이 아쉽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기업들은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또한 일자리안정자금 약 3조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업자들은 이를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편리함과 일자리, 임금 모두가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꼼꼼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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