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19살에는 공부보다 노동이 갈망이 컸다. 대학 수시 합격의 기쁨을 아르바이트로 만끽했으니까. 짧은 기간의 편의점 알바 경험이 유통기자로서의 공부 시간을 단축시켜줬다. 일을 하지 않았다면 유통 전반의 아주 기초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조차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바의 추억'이 대가 끊어지기 직전이다. 직원 없는 매장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세븐일레븐이 스마트 편의점 '시그니처'를 공개하며 멍석을 깔았다.

세븐일레븐이 생체인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그니처점을 선보이던 기자간담회 때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형태가 모호했던 4차 산업혁명을 드디어 눈으로 확인한 기분을 느꼈다.

숫자로 이뤄진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번호가 아닌 맥을 짚으면 통통 튀는 정맥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인증하는 것. SF영화처럼 손목에 바코드나 마이크로 칩이 심어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흥미를 유발했다. 이 밖에 움직임을 감지해 범죄를 구분하는 CCTV와 360°스캐너 계산대 등은 미래의 편의점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마트24도 전국 4곳에 셀프계산대를 중심으로 한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매장 내 직원이 없으며 인근 점주가 개·폐점 시간에만 잠시 들려 관리하는 게 전부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 프랜차이즈 점도 무인주문기 도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 같은 업계의 점포무인화에는 내년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인건비가 오르니 기기로 대체하는 것, 우리가 우려하던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사회'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단순노무직과 서비스업은 발 빠르게 로봇화 되고 있다. 아주 단순한 업무에 시간당 7천530원을 주는 건 가맹점주 입장에선 상당히 큰 손해다. 24시간 돌아가는 업태일수록 이 같은 기기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지만 점포무인화 현상은 이 두 가지가 충돌하는 양상을 띤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선두로 진행되는 유통 4차 산업혁명이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얽혀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진행되는 흐름이 아쉽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기업들은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또한 일자리안정자금 약 3조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업자들은 이를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편리함과 일자리, 임금 모두가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꼼꼼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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