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2주년…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마담포라
이병권 회장, 제 10회 코리아패션대상 대통령 표창
92년부터 장애인 학생 장학금 전달…사회공헌 앞장
"행복한 사람이 만드는 옷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어"

▲이병권 (주)지에프포라 회장은 9일 일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국내 여성 기성복 최고 브랜드 '마담포라'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입었다는 미국 최초의 기성복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는 오는 2018년 200주년을 맞는다. 루이비통도 1854년 론칭해 현 세대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대세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브랜드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 60여 년 동안 고객과의 꾸준한 소통을 이어오며 자리를 올곧이 지켜온 브랜드가 있다. 바로 '마담포라'다. 대한민국에서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여성 기성복 브랜드의 리더 마담포라의 ㈜지에프포라 이병권 회장(69)이 지난 8일 한국패션협회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제 10회 '코리아패션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마담포라는 고객을 아름답게 하는 것을 첫 번째 목적으로 두고 있지만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것 또한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논현동 마담포라 본사에서 진행된 이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내놓은 첫 마디다.

마담포라는 1955년 이 회장의 부친인 故 이길선 초대회장과 모친인 이철우 명예회장이 창업해 올해로 62주년을 맞는 우리나라 패션 역사의 산증인이자 국내 1위 마담 엘레강스 장르 브랜드다. 1938년 이 초대회장이 일본강점기 때 만주 하얼빈으로 피신해 그곳에서 양장점을 차린 것을 마담포라의 태동으로 보고 있다. 해방 후 이 초대회장은 아내인 이 명예회장과 광주 충장로에 '남성(南星)양장점' 운영을 시작했고 성공을 거뒀다.

이 초대회장은 남성양장점이 큰 화재를 만나 모두 전소되자 이를 계기삼아 과감히 서울로 상경해 '포라 의상연구실'을 열고 여성 기성복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성의 지위가 가정생활을 공고히 하는데 그쳤던 50년대, 능력 있고 진취적인 대한민국 여성의 면모를 내다본 이 초대회장의 통찰력이 통했다. 이후 롯데백화점의 입점 제의를 받아 1978년 마담포라를 설립, 조선호텔에서 제 1회 패션쇼를 시작으로 '국민브랜드'로서의 깃발을 올렸다.

마담포라는 롯데백화점 1호점을 시작으로 1981년 서울 트레이드쇼와 파리 프레타포르테 출품 등 차별화된 행보로 여성복 브랜드 1세대이자 리더로 발돋움했다.

이에 마담포라는 지난 1992년 자랑스러운 신한국인 대통령 표창, 섬유의 날 모범경영인상에 이어 1997년 노사협력 우량기업 노동부 장관상, 2006년 한국언론인연합회 선정 한국최고브랜드 대상, 대한민국 패션품질대상 수상(15회) 등 수 많은 상을 수상했다.

이 회장이 이번 코리아패션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게 된데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담포라만의 강인한 기업 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나 브랜드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혁신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새로움과 젊음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변화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는 제일모직에서 활동한 이재원 상무를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이 상무의 합류로 마담포라는 타깃 연령층을 낮춰 보다 젊은 브랜드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병권 회장(왼쪽 첫번째)은 지난 8일 한국패션협회가 주최하고 산업자원부가 후원한 '제 10회 코리아패션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사진=마담포라

■ 마담포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슬하에 2녀 1남을 둔 이 회장의 가훈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삼국지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한 말로 동양의 색채가 묻어나는 말이지만 이 회장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5년 마담포라에 입사한 이 회장은 매월 조회시간에 목사님을 초대해 직원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효성그룹에 다니던 시절 건강악화로 쓰러지게 된 것을 계기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부와 명예가 행복에 기여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신앙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 기업에서 번 돈을 봉사와 지원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 이념은 깊은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음속 신앙의 부재가 행복으로 다가가는 길목을 막고 서 있는 것처럼 답답했습니다. 3년간의 긴 시간 동안 절과 교회 등을 오가며 부름을 찾은 끝에 하나님의 초대에 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회장은 부친의 뜻과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시작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英親王) 이은(李垠)과 약혼을 하고 황태자비 된 이방자 여사가 하는 사회사업을 돕는 것이었다. 이 여사가 운명한 후 공익적인 사업의 대가 끊기자 이를 이어갈 방도로 장애인 복지법인 '사랑의 날개'를 설립했다.

1992년 제1회 장애인 학생 장학금 전달식을 시작으로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랑의 날개는 현재까지 총 800여명에게 약 5억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장애인재활지원사업, 장애인 합동결혼식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서울 ROTC로타리 회장과 국제 로타리 3640지구 총재, 대한민국 ROTC중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한민국 ROTC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역할하는 것도 사회공헌의 같은 맥락이다.

마담포라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기업문화에 일찍이 앞장섰다. 최근에 와서야 대기업들이 직원과의 상생을 추구하며 진행 중인 이 같은 기업혁신을 마담포라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시작해온 것이다.

이 회장은 여성 직원이 결혼이나 출산 후 육아 때문에 퇴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이에 강남구청의 지원을 받아 1993년부터 강남구 율현동에 '방죽어린이집' 운영을 시작했다.

"저의 가치관은 보다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입니다. 여성과 장애인 등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져야 세상이 아름답게 변할 수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가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하지만 이 회장은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며 은공을 하늘에게 돌렸다.

▲ '사회공헌' 활동에도 애정을 쏟고 있는 이병권 회장이 지난 6월 27일 장학금 전달식에서 장애 학생들 및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마담포라

■ 기업가이자 사상가

이 회장은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 발굴, 문화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1년에 두 세 번씩 유럽과 미국, 일본 등으로 직접 출장을 다녀왔다. 서울 88올림픽이 개최된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을 모르는 해외 패션업계의 푸대접에 이 회장은 대한민국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앞으로 열릴 큰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단순히 경기 성적만이 아닌 경제적 이득을 거둬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치와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것이죠. 이에 상공회를 비롯해 패션업계, 정치인 등 만나는 모든 이에게 문화격상을 주장했습니다. 이를 정부가 받아들여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많은 지원을 했고 이를 계기로 K-POP이 탄생했다고 봅니다."

이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예를 취미로 즐겼다. 그는 서예에는 '금석학(金石學)'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열이 가해지면 물과 같이 변하지만 식으면 근본정신을 되찾고 더욱 강인해지는 쇠의 성질과, 크기에 상관없이 성격이 단단한 돌의 사상을 붓에 담아야한다는 의미다. 그는 금석학의 정신을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고 이를 마음속에 새겼다.

"글을 배우는 것만으로 사상을 깨우칠 수 없습니다. 유럽은 역사와 문화를 상품화 해 패션과 디자인, 가구 등에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미래의 정보와 스포츠, 나아가 4차 산업혁명까지도 역사와 문화가 기반이 돼야 내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권 회장은 패션 선진화를 위해 " ICT융합과 빅데이터 활용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경영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업가로서 마담포라를 더 견실하고 진취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정보통신기술(ICT)융합과 고객 요구 충족에 따른 빅데이터 활용 등 새로운 경영 혁신을 추구하며 패션의 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부친과 모친 모두 처음 마담포라를 만들 당시 단골손님의 체형을 연구하고 일본 다카시미야 백화점의 부인복 사이즈와 비교 분석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저 역시 디자인과 소재, 색상을 어떻게 하면 고객들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를 언제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기업인으로서 또 한 사람으로 어떤 꿈이 있는지 물었다.

"기업가로서는 마담포라의 협력사와 거래처, 백화점 등 관계자들이 모두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패션은 행복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행복한 사람이 만든 옷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사랑하는 아내 박경희와 세 자녀, 손자들이 모두 건강하고 웃으며 지내는 것입니다. 덧붙여 한 가지 세상에 바라는 점은 신구세대의 조화입니다. 능동적이고 활달한 젊은 세대와 역량과 연륜을 갖춘 기성세대가 서로 융합한다면 신진국으로 더 빠른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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