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 입체적 정보전
‘손자병법’ 제13편 용간(用間)은 정보의 중요성과 활용법을 강조하고 있다. “훌륭한 군주와 현명한 장수가 군대를 움직여 승리하고, 남보다 뛰어난 공을 세우는 것은 전쟁하기 전에 정확히 상대방을 알고 싸우기 때문이다.(明君賢將 所以動而勝人 成功出於衆者 先知也)”
정보활동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창출하는 행위이다. 병법서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상지상(上之上), 굳이 ‘싸워 이기는 것’을 하지하(下之下)로 평가하는 이유이다.
정보기관은 특정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곧 국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산업스파이 방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오늘날 국제적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기술경쟁력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적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기술은 다른 생산요소에 비해 개발이 쉽지 않은 반면, 무형의 정보이기에 유출이 쉬운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타 국가나 회사의 산업 기술을 내부적으로 입수해 유출하는 산업스파이 활동이 횡행하고 있다. 특정 기술을 소유한 기업에 특허 등이 유출돼 해당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정원이 기업의 핵심기술 유출을 대비한 활동을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적잖다고 한다. 향후 산업스파이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선 대책이 실행돼야 할 것이다.
■국정원, 정보·수사권 함께 가져야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핵심기밀 보호를 경영 원칙으로 삼고, 개발 착수 직후부터 기술 유출을 방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핵심기술 유출이 주로 필수 연구 인력의 이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연구 인력에 대해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의 정보 수집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 및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는 게 긴요할 것이다.
더욱이 튼튼한 국가안보를 위해선 국정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북 정보력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현실임에도, 국가정보원이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대공수사권 등 모든 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전면 개정을 통해 국정원은 향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ㆍ불고지죄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에서 국정원법의 연내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국민의 정보기관’으로서 개혁을 스스로 추진하는 의지는 긍정 평가할 수 있다. 예컨대 정치 관여 우려가 있는 부서를 다시 설치할 수 없도록 못 박고, 불법 감청 등에 대한 금지 조항을 신설해 정보활동 과정에서 직무 일탈의 가능성도 차단했다. 국정원 예산안 편성과 결산 과정에서 상세한 내용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고, 내부에 집행통제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일 등도 가상하다.
하지만 대공수사권 포기는 남북한 간 첨예한 대치 국면에서 시기상조다. 정보와 수사는 바늘과 실처럼 함께 주어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대북억지력 강화와 첨단 산업스파이 예방 및 정보 취득 등을 위해서도 국정원의 설립 취지는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물론 국가 정보기관의 본령 이탈은 경계할 일이지만! 칼럼니스트
황종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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