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적잖은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이 중심인 지자체들은 저출산과 젊은층의 도시 유출 등으로 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84곳, 1천383개 읍·면·동이 '인구 소멸지역'(거주인구가 한 명도 없는 곳)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마저 내놓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고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또 좋은 일자리와 교육환경 등을 찾아 도시로 이주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농어촌 지역에 인구의 19%만이 거주하고 있다. 지역을 위기로 몰아가는 핵심요인이다.역대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농어촌 지역에서의 삶은 여전히 팍팍한 게 현실이다. '생활편의시설 불편' '일자리 부족' '자녀교육의 불리함' 등이 농촌으로 이주하기 싫은 이유로 꼽힌다. 따라서 지역의 재생과 활력 증진을 위한 노력은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지역에서 삶이 불편하지 않도록 보육,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 삶의 질과 밀접한 인프라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농어촌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이 여유롭지 않다는 데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로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고향이나 원하는 지역에 일정액의 세금을 납부하거나 기부금을 냈을 때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런데 상당수 지방재정 전문가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지자체의 재정 확충, 지역 간 격차 해소 등 명분은 좋지만 문제점이 적잖다는 이유다. 고향세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기부금 모집을 위한 지자체 간 과당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은 반면 지자체의 재정 확충이나 지역 간 격차 축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 역시 고향세를 활성화하기 위해 답례품 제공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답례품 제공이 자칫 지자체 사이에 출혈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고향세를 장려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해 주면 고소득자들의 절세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어 공평 과세와 관련한 사회 갈등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농어촌을 살리고, 애향운동도 할 수 있는 고향세를 도입하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강구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