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얼마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활동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매우 의아해했다. 개인의 신앙이나 양심에 관한 문제는 공직과 무관한 것임에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과 갈등이 전무할 정도로 진화론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진화론을 죄악시하면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고(소위 원숭이 법) 진화론을 가르친 교사를 처벌하기도 했다. 그 후 1968년 미연방대법원은 공립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다윈이 50세 때 출간한 ‘종의 기원’은 종의 불변론자인 창조론자들에 의해 강력한 도전을 받았지만 생물학자들로부터는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했다. 신이 모든 생물을 ‘종류’대로 창조했다고 믿는 창조론과 가장 단순한 생명체가 진화해 다양한 생명체가 형성됐다는 진화론은 현재까지도 격렬한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진화론 일색의 생물학 교과서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봐야 한다.

■ 교육은 특정가치관 편향돼선 안돼

첫째, 과학의 연구결과는 법칙과 이론으로 나눌 수 있는데, 법칙은 실험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것으로, 만유인력, 질량보존의 법칙이 이에 해당되며, 이론은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 것으로, 빅뱅이론, 진화론이 이에 속한다. 만일 진화론이 법칙에 속한다면 진화론이 특정 종교의 교리와 배치된다고 해 진화론교육을 금할 순 없다. 그러나 이론에 불과한, 그것도 최초 생명체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기까지 한, 일종의 ‘주장’에 불과한 것을 법칙으로 둔갑시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에 어긋난다.

둘째, 진화론은 인간이 작은 생명체로부터 진화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무신론을 전제하고 있다. 진화론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함으로써 무신론의 신앙형성을 강제하는 것으로 신앙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봐야 한다. 동시에 진화론만 옳다고 가르치는 것은 창조론을 믿는 학생들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키고 또 인격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양심형성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

셋째, 진화론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진화론을 반대하는 견해가 국내외에 엄존하고 있는데도, 진화론과 상반되는 견해에 대한 소개가 전혀 없는 것은 평등에도 어긋난다. 창조론을 소개하는 것이 특정종교의 우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나, 동의하기 어렵다. 인간이 어떻게 시작됐고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질문은 ‘근본 중의 근본’인 의문이다. 인간의 출현에 대해서는, 저절로 생긴 작은 생물에서 진화해 인간으로 발전했다는 진화론, 누군가 인간을 만들었다는 창조론, 누가 했는지 또는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불가지론으로 대립된다. 게다가 창조론도 기독교의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알라가 만들었다는 이슬람의 주장 등이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당연히 예상되는 견해의 대립을 그 근거와 내용 및 문제점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이러한 접근을 하다보면, 부득불 기독교의 창조론을 소개하게 되는데, 이는 기독교의 창조론을 공교육에 적용하고자 함이 아니라, 견해의 대립을 소개하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에 불과하다.

■ 진화·창조 두이론 모두 다뤄져야

넷째, 헌법이 요구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이 특정 정치이념은 물론, 특정한 가치관(세계관, 종교)에 편향되지 않을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특정 종교에 기초를 둔 창조론이 정치적 중립에 어긋난다면, 무신론의 진화론 역시 특정한 가치관으로부터의 독립과 거리가 있기에, 창조론만 중립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필자는 진화론을 강의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진화론과 함께 다양한 창조론과 불가지론이라는 견해가 있음을 그 논리와 문제점을 (비록 그 분량이 작더라도) 함께 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최고법원은 다수와 소수의견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 최고 법관 간에도 의견대립이 존재함을 밝히고, 책임을 분명히 하고자 함이다. 진화론과 창조론이 충돌하고 있고, 그 어느 쪽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면, 양자를 모두 소개하는 것이 건전한 인격체를 만들고자하는 중등교육의 목표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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