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 상생관계로 차례 정한 것
사용해야 하지만 맞지 않으면 다른 이름 짓는 것도 현명한 부모의 의무

항렬(行列)이란 같은 성씨(姓氏)나 같은 친족(親族)과의 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 이름 속에 사용하는 고정된 글자로서 흔히 돌림자라고 한다.
이러한 항렬자는 오행(五行)의 상생(相生) 관계에 따라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차례로 정하는 것이 기본이며, 이를 통해 집안의 순서를 정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항렬자는 이름에 물이 흐르듯이 자연적인 순환의 상생(相生) 관계를 적용해 자손이 부귀번영(富貴繁榮)하고 집안이 널리 화평(和平)하도록 바라는 우리 조상들의 숨은 지혜(智慧)가 이름에 담겨 있는 것이다.
行은 ‘가다’와 ‘걷다’의 뜻으로 쓰일 때에는 ‘행’으로 읽고, ‘순서’ ‘차례’ 또는 ‘늘어서다’의 뜻으로는 ‘항’으로 읽는다. 예, 行進(행진), 행인(行人), 항렬(行列), 항수(行首) 등.
상생(相生)은 오행이 서로 돕는 관계로, 물은 나무를 돕고(水生木), 나무는 불을 도우며(木生火), 불은 타서 재가 돼 흙이 되고(火生土), 흙에서 바위가 생기며(土生金), 바위에서 맑은 물이 샘솟는다(金生水). 이와 같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서로 도우며 순환하는 과정을 상생(相生)이라 한다.

■오행의 ‘상생’ 따른 항렬자 차례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역경(易經-주역)이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을 때에는 이러한 원리와 이치가 잘 적용이 됐다.
예를 들어 한 집안의 아버지 대(代)가 목(木)의 오행이 항렬자(돌림자)라면 이름에 사용된 글자(한자의 뜻이나, 부수가 木인 한자)는 東(동녘동), 植(심을식), 林(수풀림), 根(뿌리근), 등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다음 대(代)인 자녀들은 목생화(木生火)로서 나무는 불을 도우니 화(火)에 해당하는 글자인 炅(빛날경), 勳(공훈), 烈(매울렬), 炳(빛날병) 등의 항렬자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 항렬자는 대(代)를 번갈아 가운데와 끝에 활용하는 것이 기준이었다.
이러한 항렬자(돌림자)는 한 집안에서 학식(學識)이 뛰어나고 또 앞을 내다보는 지혜(智慧)가 밝으신 분이 족보(族譜)를 편찬할 때 미리 정해 그 집안의 나아갈 방향을 예지(豫知)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지을 때에는 이 우주(宇宙)를 구성하고 있는 하늘과 사람과 땅에 해당하는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를 이름에 적용해 하나는 성씨(姓氏)가 되고, 하나는 항렬자(行列字)가 되며, 나머지 하나는 본래의 이름(名)으로 정해 3글자로 이름을 짓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타고난 사주에 흉(凶) 보기도

소리인 음악(音樂)에는 아름다움이 있어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때로는 기쁘게 해 질병을 치유하기도 하듯이, 이름에도 글자의 의미(意味)가 있고 또 기운(氣運)이 있어 이를 통해 집안의 부귀(富貴)와 개인의 복(福)을 가져오게 하는 지혜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 이러한 깊은 원리(原理)와 이치(理致)를 모르고 무조건 정한 항렬자를 따르다 보니 집안의 성씨(姓氏)와 잘 맞지 않는 한자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고 또 개인의 타고난 사주(四柱)를 오히려 흉(凶)하게 하는 이름도 있어 실로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가문(家門)의 전통(傳統)을 되살려 이러한 항렬문화(行列文化)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이 먼저인지를 생각하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정한 항렬자로 인해 자녀의 운명에 피해를 주게 된다면 이 또한 현명한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집안의 문중(門中)에서 이러한 항렬자를 정할 때 심사숙고해야 장차 후손들의 원망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집안의 전통으로 정한 항렬자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데, 성씨(姓氏)나 자녀의 사주(四柱)와 잘 맞지 않을 때에는 문중에서 정한 돌림자는 족보상에만 올리거나 이름에 쓰지 않는 것이 좋으며, 실제 호적에 등재하고 사용하는 이름은 사주오행(四柱五行)에 잘 부합되고 차후 좋은 운명(運命)으로 이끌어 가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도 현명한 부모의 의무라고 보여진다. <강현무 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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