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위생상태도 엉망…주의사항 표시도 없어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기저귀교환대에서 아기가 떨어지기 쉬워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조사대상 30개 중 10개(33.3%)는 벨트·버클 불량으로 벨트를 아예 채울 수 없었다.
최근 1년 이내에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이 있는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역시, 69.4%(347명)가 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안전사고로 아이가 다친 경험이 있는 부모 32명 중 24명(75.0%)은 당시 아이에게 벨트를 채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도 기저귀교환대 관련 위해사례가 최근 3년 11개월(2014년 1월∼2017년 11월)간 총 26건 접수 됐다고 밝혔다. 피해 사례 25건 중 20건(80%)은 12개월 이하인 '만 0세'였고, 주로 '머리 및 뇌(25건 중 19건·76.0%)를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기저귀교환대의 위생상태도 불량이었다. 30개 교환대 중 4개에서 대장균이, 7개에서 병원선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일반세균은 평균 4천052CFU/100㎠가 검출됐다. 이는 화장실손잡이(2천400CFU/ 100㎠)의 1.7배 수준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자 500명 중 432명(86.4%)이 교환대의 위생상태가 불량하다고 답했다. 교환대가 설치돼 있음에도 '더럽거나 더러울 것 같아서(87.5%)' 이용을 꺼린 것으로 응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39.4%가 '위생·청결관리 강화'를 첫 번째 개선과제로 꼽을 정도로 위생상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았다.
기저귀교환대의 위생적 사용을 위해 일회용 위생시트가 비치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고, 기저귀교환대를 닦을 수 있는 물티슈와 같은 세정용품 또한 대부분(28개·93.3%) 비치 되지 않았다. 3개 장소(10.0%)에는 기저귀를 버릴 수 있는 휴지통조차 없었다.
또 조사대상 30개 중 3개(10.0%)는 주의·경고 및 주의사항 등이 표시돼있지 않았다. 12개(40.0%)는 표시는 돼 있지만 영어와 그림으로 돼있거나 잘 보이지 않아 확인이 어려웠다.
한편, 기저귀교환대의 설치가 확대돼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저귀교환대 이용경험자 497명 중 391명(78.7%)은 '영유아와 외출시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되지 않아서 실제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미설치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장소로 '일반건물(도서관·은행 등·64.5%)'과 '야외시설(39.6%)', '쇼핑센터(14.1%)' 등을 지적했다.
현재 교통시설에만 설치가 의무화 돼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 공연장과 종합병원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향후 신축·증축하는 신규 시설에만 적용되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설치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에 기저귀교환대 안전 관리·감독과 위생기준 마련 및 위생관리 강화, 기저귀교환대 의무설치 시설 범위 확대, 편의용품 비치 및 지속적인 유지·점검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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