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결정을 계기로 남북 화해 기류가 급속히 형성되고 있다. 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며,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남북은 또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막 전 북측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북측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북측은 30여명의 태권도 시범단을 파견하며, 평창과 서울에서 시범 공연도 한다. 북측은 아울러 230여명 규모의 응원단을 파견하며 남측 응원단과의 공동응원을 진행한다.

주목되는 바는 우리 정부가 금강산에다 마식령 스키장까지 꺼내든 취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가이다. 평창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 표출로 보인다. 지금의 평화 국면이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3개월간의 한시적인 평화라는 지적이 적잖은 현실에서 이 짧은 기간 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되는 것이다.

우려가 없지 않다.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치적이라는 마식령 스키장까지 이용하자고 한 부분은 논란의 소지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엄청난 노동력을 동원해서 국제관광지로 만들어놓고도 활용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시설인데, 이번에 마식령을 이용하게 되면 북한으로선 마식령 스키장을 김 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하는 수단이 되리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로선 두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국내 보수 세력의 반발을 넘어서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로 치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놓고도 논란이 있는 상황인데, 추가적인 반발까지 큰 무리 없이 넘어설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또 이번 조치 같은 남북관계 진전을 북핵 협상의 실마리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가 만약 평창을 계기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문턱까지라도 끌고 올 수 있다면,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마식령까지 활용하는 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 여전히 비타협적인 태도로 나올 경우 정부가 북한 선전전만 도와줬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예술단 등의 파견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스포츠 교류로 상호 신뢰를 회복해 남북 관계 전반을 푸는 실마리가 된다면 더 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북측이 예술단 파견 문제부터 다루자고 하는 것을 보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속내가 드러난다.

북한이 올림픽에 파견할 선수단 규모는 10∼20명 정도에 그친다. 선수들의 실력도 눈에 띌 만한 성적을 낼 정도는 아니다. 북한으로선 대회 성적보다 예술단이나 태권도 시범단의 ‘활약’을 통해 체제 선전과 평화 공세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 뻔하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미녀 응원단’은 한국민의 높은 관심 속에 북한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뗄 수 없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경직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어나가려는 과감한 대북 접근과 탄탄한 외교안보 태세라는 투 트랙이 요청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기반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 못지않게 대북 안보의 중요성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