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없지 않다.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치적이라는 마식령 스키장까지 이용하자고 한 부분은 논란의 소지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엄청난 노동력을 동원해서 국제관광지로 만들어놓고도 활용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시설인데, 이번에 마식령을 이용하게 되면 북한으로선 마식령 스키장을 김 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하는 수단이 되리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로선 두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국내 보수 세력의 반발을 넘어서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로 치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놓고도 논란이 있는 상황인데, 추가적인 반발까지 큰 무리 없이 넘어설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또 이번 조치 같은 남북관계 진전을 북핵 협상의 실마리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가 만약 평창을 계기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문턱까지라도 끌고 올 수 있다면,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마식령까지 활용하는 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 여전히 비타협적인 태도로 나올 경우 정부가 북한 선전전만 도와줬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예술단 등의 파견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스포츠 교류로 상호 신뢰를 회복해 남북 관계 전반을 푸는 실마리가 된다면 더 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북측이 예술단 파견 문제부터 다루자고 하는 것을 보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속내가 드러난다.
북한이 올림픽에 파견할 선수단 규모는 10∼20명 정도에 그친다. 선수들의 실력도 눈에 띌 만한 성적을 낼 정도는 아니다. 북한으로선 대회 성적보다 예술단이나 태권도 시범단의 ‘활약’을 통해 체제 선전과 평화 공세의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 뻔하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미녀 응원단’은 한국민의 높은 관심 속에 북한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는 뗄 수 없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경직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어나가려는 과감한 대북 접근과 탄탄한 외교안보 태세라는 투 트랙이 요청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기반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 못지않게 대북 안보의 중요성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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