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때 지난 유행어를 내 뱉는 즉시 '아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 말이 듣기 싫다고 최신 유행어를 써먹으면 '애쓴다' 소리가 나오고, 애쓰기 싫어서 가만히 있으면 결국 '꼰대'다. 아재, 꼰대, 노땅, 최근 개저씨(개념 없는 아저씨의 약자. 나이·지위만 앞세운 중년을 의미)까지. 시대에 뒤 떨어진 낡음을 비유하는 수많은 신조어 중에 '규제'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규제자유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7개국 중 23위로 바닥권이라고 밝혔다. 규제자유도 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일본의 경우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할 때 어떤 규제를 받을지 미리 관계부처가 확인해주는 '그레이스존 해소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규제가 하나 생기면 낡은 두 개의 규제는 없애는 '원인투아웃(One-in Two-out)' 정책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4차산업혁명과 규제개혁'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신산업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4년 출시한 당뇨폰은 의료기기와 통신기기의 성격을 모두 갖춘 대표적인 4차산업혁명 기술이지만 복잡한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 등으로 약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고 있다.

숙박공유는 '관광진흥법'상 외국인에 한해서만 가능하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자문·일임 역시 15억의 대규모 자본금 여건을 두고 있어 스타트업 및 소규모업체는 불가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의 문턱 앞에 데이터 활용도 저해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규제혁신 대토론회를 열고 '우선허용-사후규제' 체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규제샌드박스와 같은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 토론회를 주제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융합기술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발표한 내용 중 일부는 이미 선진국과 중국에선 깔아져 있는 멍석으로, 이제 와서 어딜 다듬어볼까 구상하는 것은 아재발상이다. 정부는 투자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뒤로 한발 짝 물러서고 신사업·신기술 창출을 위해 규제타파에 속도를 내야한다.

이는 기존 규제를 모두 없애라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과 업종의 경계를 초월한 신산업이 쏟아지는 시대에 상상력을 펼칠 여지, 나아가 상상력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규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천명했던 혁신성장이 그저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