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가동되길 기대한다. 그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북·미 대화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회동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두 사람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는데 한국 방문길에 오른 펜스 부통령이 북·미 접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대화를 믿는다고 밝혀 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해 북한 측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제 조건도 분명히 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야욕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목되는 바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 같은 북·미 접촉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미 국무부가 펜스 부통령이 북한 측 인사와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왔고, 더구나 미국 정부는 특히 한국 정부에 펜스 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이 조우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평창올림픽 개막일을 앞두고 미국 측에 이 같은 기류 변화가 있다는 것은 한반도 정세 안정에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펜스 부통령은 8∼10일, 김 상임위원장은 9∼11일 한국에 체류하는데, 두 사람은 일정이 36시간 정도 겹친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면 평창올림픽 이후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이 북·미 간 외교적인 돌파구를 여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속셈이 불 보듯 훤하다는 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용해 한·미동맹을 균열시키고, 대북 제재망에 구멍을 내겠다는 의도가 빤히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대화를 거부한 채 올림픽 개막식 전날 건군절 열병식을 열고, 육로를 마다하고 만경봉호를 보낸 것부터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국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 놓았다고 해도 눈길 자체가 싸늘하다는 현실을 깨닫길 바란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보좌관에 따르면 “북한이 올림픽에서 하는 모든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포악하고 억압적인 정권이라는 사실을 가리려는 위장이라는 것을 세계에 상기시킬 것”이라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북한을 경고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방남을 잘못 다루면 북한에는 이용당하고 우방에는 외면당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모든 대화는 무의미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일대일 회담도 추진한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미사일’ 위협 제거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환상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면 평창 이후 한반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북에 주지시키길 바란다. 북·미 대화를 통한 긴장완화 자체가 올림픽정신임을 모두 가슴에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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