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최대 축제 평창동계올림픽의 막이 오늘 오른다. 7년을 기다린 인류 제전이다.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평창을 중심으로 강릉과 정선 등 강원도 일대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은 15개 종목, 306개 메달을 놓고 92개국, 2천925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스포츠 잔치다. 실제 경기는 8일 컬링 시합부터 시작됐다.

의미 있는 일은 이번에 남북한이 올림픽 사상 최초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144명의 선수가 15개 전 종목에서 기량을 펼친다. 소치올림픽에 71명이 출전한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북한은 5개 종목, 22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개회식에선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한다.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다. 이번 평창대회에는 21개국 26명의 정상급 인사가 한국을 방문한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이 방한해 평창을 무대로 활발한 외교전을 펼친다. 문재인 대통령도 14개국 정상급 인사와 만나 한국의 외교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바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혈육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게 돼 남북 대화 및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일가를 이르는 '백두혈통' 중 김여정이 처음 방남하게 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무게감이 높아졌다. 당초 예상했던 ‘2인자’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참석차 김정은 위원장이 오지 않았지만 거의 동급을 내려 보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 간 소통을 염두에 두고 남북 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은 평창올림픽 북·미 간 외교전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과 백두혈통으로 관련된 김여정 부부장을 보내 적어도 미국에 어느 정도 부담을 주는 모양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건이 아닌 대화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에서 공을 미국에 넘기는 의도로도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가동되길 기대한다. 그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북·미 대화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회동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두 사람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는데 한국 방문길에 오른 펜스 부통령이 북·미 접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선 주최 측인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 이웃을 초대할 때 음식이나 시설보다 주인의 마음가짐이 오래 기억에 남듯 올림픽에도 손님을 맞는 국민의 자세가 중요하다. 우선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정치권은 싸움을 중지하고 손님 접대에 정성을 다해야겠다. 세계인의 이목이 분단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넘어 평화세계 실현의 디딤돌이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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