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원격근무 및 ICT업무환경, 소통단절·협력저하 유발
유대감·아이디어 창출위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균형 필요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4차산업혁명 시대 기업들의 디지털화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구성원간 협력과 창의성 발현을 위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균형을 이루는 '디지로그(Digilog)' 기업 문화를 지향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이슈리포트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서 아날로그를 다시 생각 한다'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기업들이 효율성 증대와 비용절감 등을 위해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IBM사는 지난 1993년 재택근무제를 시작했으나 동료와 접촉을 통한 아이디어 발굴이 없어 실적 부진을 겪으며 결국 올해 폐지를 결정했다. 야후(Yahoo)는 업무 처리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교류·경험은 사무실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3년 재택근무를 철회했다.

지난 2016년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가 글로벌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펼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위험회피'와 '폐쇠적 마인드(Siloed mindset&behavior)'등 문화적 저항(33%)이 디지털화의 장애요인으로 부각됐다.

폐쇄적 마인드는 개인 및 조직 간 협업을 저해할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방해해 결국 조직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국제노동기구와 UN상하 연구기관인 유로파운드도 공동연구를 통해 원격근무자가 동료나 업무환경에서 소외 및 단절감을 느낀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사무실에서 함께 일할 때 직원들의 창의성, 업무속도, 경험 등이 향상 한다는 인터뷰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도 끝없이 이어지는 디지털 소통 쳇바퀴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를 진전시킬 정신적 공간 확보를 위해 일하는 방식에 아날로그를 접목하는 추세다.

어도비(Adobe)사는 명상시간을 갖는 '숨쉬기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은 '아날로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구글은 종이와 펜으로 스케치하는 과정을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이너 필수코스로 지정했다.

이들 기업들은 또 직원간 교류 촉진과 공동체 의식을 위해 사내 공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페이스북은 신사옥을 벽과 문, 파티션이 없는 단층 건물로 설계했으며, 구글은 걸어서 2분 30초 이내에 다른 직원과 마주칠 수 있고 블록처럼 구조 변경이 용이한 구글 플렉스(Google Plex)를 건설 중에 있다. 애플도 개인 공간을 중시했던 본사와는 달리 임직원 협업과 수시 미팅을 지원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신사옥을 지었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보통신기술(ICT)로 인한 스마트워크(Smart work)가 확산되고 있지만 구성원간 대면 접촉 기회 감소로 유대감 형성 및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에는 한계가 발생 한다"며 "한국기업도 디지털화의 역효과에 대한 분석과 대응방안, 아날로그 접근방식 등에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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