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다들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정의 세계가 아닌 경제의 세계에서 그말은 반대가 진실인 듯하다. 부실기업들을 보면 대개 비슷한 이유로 부실기업이 되고 처리과정도 비슷하게 고통스럽다.

설명절 연휴를 몇일 앞둔 지난 13일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다. 그동안 GM경영진들이 산업은행의 추가 지원을 압박하며 한국철수를 뜸들이더니 오랜만에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 정을 나눌 설명절에 맞춰 폭탄을 던져 놓은 것이다. 모두들 오는 6월에 있을 지방선거 표심의 풍향계 역할을 할 설명절 민심을 향한 GM의 노림수라고 지적한다.

GM의 공장 폐쇄 발표와 노동자들의 반발, 정부와 정치권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데자뷰(기시감·deja vu)라 할 법하다. 낯익은 기억, 아니 악몽이 자꾸만 떠오른다. 10여년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과정에서 보였던 모습이 다시 전개될 지 걱정스럽다. 법정관리, 공적자금 투입, 해외매각, 연구인력·기술의 해외 유출과 철수(이른바 '먹튀'행각), 공적자금 재투입, 노동자 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 해외 재매각, 먹튀 재현 등의 뫼비우스띠같은 악순환의 지옥문이 열리고 있는듯하다.

'경험은 바보의 학교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10여년간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었던 인간적 고통을 생각한다면 정부 당국자와 정치권은 더욱 더 경각심을 갖고 이번 GM공장폐쇄가 제 2의 쌍용차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GM노동자들도 대기업 정규직 노조라는 노동계층 내 우월적인 지위에 있으면서 평소에 비정규직, 하청 중소기업체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를 외면하다가 실직의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해고는 살인이다'며 투쟁하는 모습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하청, 중소기업 노동자도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만들도록 이들과 힘을 합쳐야 할 것이고 기업의 부실이 심화되는데도 눈앞의 성과급에 취하는 단기적인 자세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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