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크게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짊어지는 나랏빚이 1천300만원을 돌파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671조여원을 기록했다. 1인당 국가채무는 1천300만6천800원으로 세계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631만원에 비해 2.1배 늘었다. 10년 새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가구당 5천200만원씩 떠안아야 한다. 이는 좁은 의미의 국가채무만 따진 것일 뿐이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충당부채 등을 포함하는 국가부채는 2016년 말에 이미 국가채무보다 두 배 많은 1천433조원에 이르렀다.

가히 폭발적인 국가부채 증가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기가 안 좋은데다 정부가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발행을 늘린 것도 큰 원인이다.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대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국제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평가다. 그렇긴 하지만 그냥 이대로 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수입은 한정돼 있는데 은행융자를 늘리거나 빚을 내서 쓰다보면 결국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랏빚이 앞으로 더 가파르게 증가할 태세라는 점이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 정부의 주요 4개 재정사업만 시행해도 국가채무는 2040년에 GDP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 규모는 2020년 906조원, 2040년 4천703조원, 2060년 1경5천499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채무 비율은 2020년 46.6%, 2040년 104.3%로 늘어나는 데 이어 2060년에는 194.4%로 200%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가 파산된 그리스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17만 명 증원에 따른 정부지출은 향후 30년 동안 국가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 그들이 퇴임한 이후까지 소요될 막대한 재원 조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우선 명확하지 않다. 공무원 연금은 조세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국가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매년 임금 상승분을 비롯해 평생 연금까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각종 복지 예산에다 민간이 감당해야 할 최저임금까지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판이다. 올해 정부 예산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7.1%로 2010년 이후 가장 높다. 정부는 2022년까지 재정지출 증가율을 종전 5.8%보다 더 높이겠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확정된 예산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국가채무가 작년 말 667조원에서 올 연말 708조원으로 증가한다고 했다.

더구나 국가채무의 질도 좋지가 않다. 국가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 나뉜다.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국민주택기금 등 금융성 채무는 외화자산이나 대출금 등 대응자산을 보유한 채무다. 따로 재원을 마련하지 않아도 융자금 회수, 자산매각 등 자체 수단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것이다.

국가의 망한 경영원리도 가계나 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다. 걷어 들이는 세금이 줄어들면 수입원을 확대하든지 아니면 사업을 잠시 멈추거나 줄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난국을 극복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국민이 공감한다면 모든 시책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여당은 불요불급한 대중영합적 지출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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