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진료·의료훈련·헬스케어 등 다방면 활용
고비용 발생·더딘 시스템 도입…전문지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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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기술이 보건의료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주요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요양과 건강관리 서비스로 활발히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이들 기술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표준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메디털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시장동향 분석'보고서는 보건의료산업이 직면한 문제인 만성질환 증가와 인구고령화에 AR·VR기술이 부족한 인력을 대신하고 더 효율적인 헬스케어를 도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AR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치는 기술로 최근 스마트폰 게임인 '포켓몬GO'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VR은 주변 환경을 컴퓨터로 구현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기술을 말하며 관련기기를 머리에 쓰거나 눈에 안경처럼 장착해야한다.

보고서는 수술과 진료, 의료훈련 등에 AR·VR의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술 중 집도의가 참고해야할 환자의 생체정보를 수술용 고글 전면에 AR을 통해 제공하거나 복잡한 수술을 계획할 때 실제와 동일한 VR환경에서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 오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입원환자나 고령자의 무료함, 가족과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 감정적인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방안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로 해외 병원에서는 AR·VR 기술을 활용한 보건의료사업이 진행 중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세다스시나이(Cedars-Sinai) 병원은 환자들에게 VR을 통해 아이슬란드의 풍경이나 미술 스튜디오, 푸른 바다 등을 보여주며 스트레스 해소와 통증완화를 유도했다. 실제 환자가 병상에 머무는 기간과 진통제 투약이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영국의 게임개발업체 글리처스(Glitchers)는 영국과 스위스 대학의 연구진들과 함께 치매검사를 위한 VR게임 'Sea Hero Quest'를 제작했다. 바다에서 보트를 타고 항해하는 게임으로서 치매와 항해 능력 사이에 관련성이 높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자폐증 환자의 사회성을 훈련시키는 AR솔루션으로는 '브레인 파워 어티즘 시스템(Brain Power Autism System)'이 사용되고 있다. 자폐증 환자가 행복과 자긍심을 결정짓는 사회·인지적 삶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도록 게임과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한다. AR지원용 구글 글래스와 MIT와 하버드 연구진의 신경과학 이론을 기반으로 한 자폐증 관련 앱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에 지난 2016년 현재 전 세계 메디컬 AR 시장 규모는 약 6억9천억불로, 오는 2022년 241억6천만불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메디컬 AR 시장 규모가 약 2억930억불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 분야의 성장률은 매우 높은 편이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은 80%로 예측된다.

VR 시장 규모 역시 지난 2016년 10억9천만불에서 오는 2019년 22억3천만불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은 19.37%로 시간이 흐를수록 전년대비 성장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수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계팀 연구원은 "환자의 빠른 회복과 손상부위 최소화를 위한 최소침습수술(MIS)에 대한 선호가 확대됨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AR·VR을 활용한 의료 시뮬레이터를 사용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이 같은 AR·VR은 여전히 고도로 기술적이며 지식 부족으로 인해 많은 의료기관에서 수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AR·VR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표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앱 개발 및 환자 테스트 등 초기시스템 구축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기술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표준화 미비로 인해 의료 전문가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대규모로 사용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AR·VR 시스템 설치 및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사용 환경에 대한 직관적인 파악 및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경험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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