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혁명 낙관론·비관론 공존…산업연, 노동조건 악화 가능성 있어
정부·기업 차원에서 일자리 양극화 및 격차 막기 위해 제도 마련해야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4차산업혁명 기술에 대해 사회·경제적으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혁신 사이클이 짧아질수록 디지털 격차는 커져 노동시장 양극화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디지털 환경에 맞춰 시장제도와 임금 보험을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신디지털 경제 논쟁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디지털 기술을 주도한 선진국의 노동생산성이 1990년대 꾸준히 증가하다가 세계금융위기를 맞은 2007년부터 다시 내리막길을 타면서 '디지털기술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70∼1980년대 1.5%에서 1995∼2004년 2.8%로 높아진 후, 2005년∼2017년에 다시 1.2%로 크게 하락했다. 다른 OECD 선진국들의 평균 노동생산성 역시 같은 기간 동안 평균 2.3%에서 2.6%로 올랐다가 1.3%로 하락하는 곡선을 보였다. 

 

▲디지털 기술을 주도한 선진국의 노동생산성이 1990년대 꾸준히 증가하다가 세계금융위기를 맞은 2007년부터 다시 내리막길을 타고있다. 자료=산업연구원

이 같은 흐름은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솔로우 교수가 '컴퓨터가 도처에 있지만 현실 통계에는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 디지털기술 비관론 '솔로우 역설(Solow Paradox)'에 힘을 보탠다.

이는 디지털 혁명이 과거 1, 2차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 기술론자들의 의견에 대립하는 주장이다. 솔로우 교수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디지털 혁명은 진정한 의미의 산업혁명이 아니기에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는 측정 불가능한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나므로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솔로우 역설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무형자본 축적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산업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생산성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혁명에 대한 기술론자들과 경제학자들 간의 의견 충돌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도 이어진다.

기술론자들은 AI(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의 발달이 사람의 지각이나 이성적 추론까지 가능해 거의 모든 직종에서 일자리 상실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과거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소멸과 생성이 교차하며 장기적으로 노동공급과 균형을 이뤄갈 것으로 내다봤다. 

윤 연구위원은 "기술이 도입되는 과도기에는 기계화·자동화로 기존 노동력이 대체되면서 일자리 상실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며 "과도기 이후 노동인력의 훈련과 적응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므로 결국 기술진보와 일자리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상생·발전하는 관계를 유지 한다"고 말했다.

다만 로봇과 AI를 기반으로 한 4차산업혁명 기술은 확산 속도와 적용범위가 더욱 광범위할 것으로 예측돼 노동시장 적응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연구위원은 "신디지털 경제의 미래에 관해 섣부른 낙관이나 지나친 비관은 이분법에 입각한 잘못된 견해"라며 "창조적 파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 혁신은 도화선을 제공하고 그에 수반되는 사회·경제적 변화는 대규모의 아날로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혁명은 제5차 파동으로 나눠진다. 자료=산업연구원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는 ▲수력·직물이 주도하는 제1차 파동 ▲증기·철도로 대표되는 제2차 파동 ▲전기·화학·엔진의 제3차 파동 ▲전자·석유화학·항공의 제4차 파동 ▲디지털 네트워크·소프트웨어의 제5차 파동으로 나눠져 있다. 현재 디지털 혁신은 제 5차 파동 사이클의 연장선상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혁신 사이클이 기존에는 40∼60년 정도 지속됐으나 디지털 혁신 사이클은 이보다 짧은 30년 정도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된다. 세계 주요국이 국가 혁신시스템을 갖추고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인적자원 구축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 연구위원은 "혁신 사이클이 짧을수록 노동인력과 경제제도가 새로운 기술 변화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이에 정부는 시장제도를 노동친화적으로 개선하고 기업들은 조직의 프로세스를 디지털 환경에 맞도록 바꿔 노동력의 기술숙련도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디지털 경제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일부 고숙련노동자에게만 양질의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도록 최저임금과 실업보험 등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에 더해 임금 보험과 같은 강력한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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