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연, 벤처·스타트업 성장 발판인 기술신용대출 정비해야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우리나라의 기술금융 환경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이 자금부족으로 도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경연)은 최근 '국내 기술금융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기술금융은 혁신성장의 주요 주체인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필수 자원이지만 국내 자금조달수월성은 OECD 국가 가운데 중·하위권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OECD국가를 대상으로 '담보 없이 좋은 사업계획만으로 대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7점 만점으로 평가한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은행대출수월성은 3.5점으로 OECD 35개국 중 32위에 머물렀다. 미국(5.3점)과 독일(5.0점) 등 선진국은 물론 근접 국가인 일본(5.3점), 중국(4.5점)과도 격차가 컸다.

현경연은 우리나라 기술신용대출 잔액 및 건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신용대출은 지난 2014년 7월 2천억원에 불과하던 잔액이 지난해 6월 112조8천억원으로 3년 만에 587배 증가했다. 벤처투자 역시 2013년 1조4천억원에서 지난해 6월 19조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에도 기술신용대출은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술금융 체계화 및 제도 개선방안'에서 기술신용대출의 질적 성장을 위해 신용대출 부분을 확대했으나, 이 과정에서 일반 중소기업 대출 거래 기업을 편입시키고 기술신용대출에 담보·보증을 요구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에 기술신용대출 중 담보·보증을 요구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6월 71.7% 까지 확대됐다. 이는 일반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보증 대출 비중(73.0%)에 육박한다.

벤처투자의 높은 공공의존도도 문제로 제기됐다.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는 정부가 투자재원을 공급하는 '한국모태펀드'가 가장 큰 출자자다. 모태펀드는 정책 목적에 따라 벤처캐피탈을 모집·선정하고, 벤처캐피탈은 규모가 큰 모태펀드의 조합 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다.

현경연은 벤처캐피탈 생태계가 변질돼 모험적인 유망기업 발굴·투자 및 수익 창출 보다는 안정적인 투자와 수수료 수익을 선호하는 경향을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매우 저조한 편이다. 지난 2016년 기준 벤처투자액 중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액 비중은 36.8%로 OECD 회원국 평균 비중인 68.2%의 절반에 이하 수준이다. 투자를 중간에 회수 할 수 있는 인수합병(M&A) 시장도 협소해 미국과 유럽의 9분의 1 수준이다.

최성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기술신용대출은 기술력보다 담보·보증과 같은 신용도를 요구해 역할이 상실되고 있으므로 가이드라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또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관련 제도 및 투자 환경도 정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창업 초기 기업을 위한 기술금융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모험 자본 성장을 위해 회수 시장 활성화 방안도 모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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