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가 본격 대화국면을 맞고 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 도래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타결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역사적인 회담을 갖기로 했다. 대북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가능한 조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길 바라며, 비핵화 의지가 있고, 향후 어떠한 핵·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는 내용의 김 위원장 메시지를 전했다.

정 실장은 면담 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회담 날짜와 장소는 추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 타결은 그 자체로 파격이자 신선한 충격이다.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던 한반도에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까지, 대화의 봇물이 터지는 상황이 펼쳐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참을성 있게 낮은 자세로 이를 중재한 문 대통령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한 지도자와 미국 현직 대통령이 처음 만나는 자리가 된다. 북·미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담판 지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돌 위기로 치닫던 북·미 관계가 정상화하는 발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 한반도 안보위기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북한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청된다.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북한이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적극적 자세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는 바 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북한이 100일 넘게 탄도미사일 도발을 중단한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 중단 약속 이행을 믿는다고 밝힌 게 잘 말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는 북한의 ‘자제와 성의’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는 언급이다. 사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8일 이후로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속단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매우 큰 외교적 성과를 거뒀지만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유리그릇 다루듯 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에는 치열한 샅바 싸움이 전개될 것이다.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불거져 나올지 모른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가 얽히면서 혼선을 빚을 수도 있다. 우리는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결실 맺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북·미회담을 진전시켜 북한 비핵화의 전기를 마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한반도 운전자론'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데는 인내와 노력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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