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분양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봄 분양 성수기를 맞아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선 벌써 수억원의 시세 차익 기대감으로 관심이 뜨겁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주변시세 대비 분양가를 낮추도록 규제한 것이 되레 청약 과열을 부추긴 것이다.

지난해 8월 분양한 개포주공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스', '신반포 센트럴자이' 등 당첨만 되면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로또아파트' 열풍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개포주공8단지 '디에이치 자이 개포'가 지난 12일 강남구청으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았다. 세간의 관심사였던 분양가는 3.3㎡당 4천16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9월 분양한 개포 시영 아파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분양가 수준이다. 전용 84㎡의 경우 12억원대 중반에서 14억원대다.

문제는 단지 인근에 이미 공급된 '개포 디에이치 아너힐스'나 '래미안 블레스티지' 등의 전용 84㎡ 분양권의 시세가 20억원이 넘는 상황이어서 당첨만 되면 산술적으로 7억∼8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포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경우 업계의 예상보다 300만원 이상 낮은 4137만원에 분양 승인을 받았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64가구 모집에 총 6천339명이 몰려 평균 100대 1, 최고 1천1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에서 이런 청약 열풍이 분 배경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1년 내 공급된 인근 단지들의 분양가보다 10% 이상 높거나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분양가 또는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 건설사는 분양가를 낮춰 분양심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수요자들 사이에선 향후 주변 시세를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로또아파트라는 말이 생겼다.

더 큰 문제는 현금 자산이 많은 청약자에게만 청약 기회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 규제로 인해 9억원이 넘는 주택은 HUG의 중도금 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시공사 역시 청약 과열을 우려해 시공사 보증의 중도금 대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최소 9억원이 넘는 분양가를 분양받은 사람이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강남 노른자 위 입지에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는 부자들의 몫인 셈이다. 누구를 위한 분양가 규제인가. 소득이 안정적이어도 정작 현금이 없으면 청약을 포기해야 한다. 고액 자산가들만 시세차익을 보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부동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