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이 적지 않게 쌓였음에도 갈 길이 멀다. 과제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최근 우리 사회에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충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자치제 착근을 위한 시각차에서 비롯되고 있다. 주목할 바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논란의 이면에는 열악한 지방재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자체장 사이에선 ‘2할 자치’라는 자조적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지자체장이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선 중앙정부가 도입한 복지업무에 따른 재정부담이 지방재정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한다. 충분한 재정대책 없이 확대한 복지정책에 따른 예산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2할 자치’에 머무는 지자체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의 격차를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자체 재원보장과 재정 불균형 완화를 위한 지방교부세 △특정사업 지원을 위한 국고보조금이 있다. 광역단체가 기초단체 간 재정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급하는 조정교부금도 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는 항상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관련 국고보조사업이 많아질수록 지방의 재정압박은 가중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과제는 지방정치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물 선정이다. 지역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식견, 성실성, 도덕성이 담보되는 인물을 내세워야 하고 유권자는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유권자 관심이 절실하다. 그래서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그의 삶까지도 제대로 판단하는 게 긴요하다.
‘명심보감’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호랑이를 그리면서 그 가죽은 그릴 수 있어도 뼈는 그리기 어렵다. 사람을 아는 데 그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민선7기 지방선거 매우 중요해
그렇다. 유권자는 내 손에 우리 지역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자세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후보들 역시 깨끗한 정책대결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흑색선전으로 지방자치를 진흙탕으로 빠뜨려선 안 된다. 나아가 중앙정치 의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지방선거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직자들이 유력후보에 줄을 서는 구태는 개선해야 한다. 부도덕한 후보가 당선되는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잘못된 지도자는 나라를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어지럽게 한다.(昏庸無道)”고 옛사람들은 우려했던 것이다. 사실 지방정부의 수장을 잘못 뽑으면 지역주민들이 길 없는 길(無道)에서 우왕좌왕 헤매게 된다. ‘논어’ 계씨편에 나오는 ‘천하무도(天下無道)’에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지칭하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일컫는 말인 ‘혼용(昏庸)’을 합친 것이다.
물론 후보자 자신이 깨끗하게 임해야 한다. 자신의 정책과 장점을 말할 뿐 상대에 대해 비난해선 안 된다. 아무리 선거판이라고 해도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이다. “남을 나무라는 이는 그 사귐이 바르지 못하고, 자신에게 관대하게 용서하는 자는 제 허물을 고치지 못한다.(責人者不全交 自恕者不改過)” ‘경행록’의 가르침이다. 지방자치가 주민 참여하에 건실하게 발전하는 게 대한민국 부강의 지름길임을 재인식해야겠다. 풀뿌리민주주의 시험도장인 지방자치가 원활해야 튼실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 칼럼니스트
황종택 주필
dtoday24@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