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저!“

민선7기 지방자치를 책임지겠다고 자임하는 예비후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지방자치제의 선진국 형 발전을 위해 국민적 지혜 모으기에 나서야겠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7월이면 지방의회 27년, 지방자치단체 23년을 맞는다. 성년기에 접어들었다.

연륜이 적지 않게 쌓였음에도 갈 길이 멀다. 과제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최근 우리 사회에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충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자치제 착근을 위한 시각차에서 비롯되고 있다. 주목할 바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논란의 이면에는 열악한 지방재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자체장 사이에선 ‘2할 자치’라는 자조적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지자체장이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선 중앙정부가 도입한 복지업무에 따른 재정부담이 지방재정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한다. 충분한 재정대책 없이 확대한 복지정책에 따른 예산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2할 자치’에 머무는 지자체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의 격차를 지방재정조정제도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자체 재원보장과 재정 불균형 완화를 위한 지방교부세 △특정사업 지원을 위한 국고보조금이 있다. 광역단체가 기초단체 간 재정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급하는 조정교부금도 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는 항상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관련 국고보조사업이 많아질수록 지방의 재정압박은 가중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기에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13조에 제시된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세목을 우선 확보하는 데 중앙과 지방, 정치권이 힘써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 발전은 지방자치 역량 제고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세계화·분권화 시대에 지방자치제도는 주민 삶에 더욱 밀접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과제는 지방정치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물 선정이다. 지역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식견, 성실성, 도덕성이 담보되는 인물을 내세워야 하고 유권자는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유권자 관심이 절실하다. 그래서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그의 삶까지도 제대로 판단하는 게 긴요하다.

‘명심보감’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호랑이를 그리면서 그 가죽은 그릴 수 있어도 뼈는 그리기 어렵다. 사람을 아는 데 그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

■민선7기 지방선거 매우 중요해

그렇다. 유권자는 내 손에 우리 지역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자세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후보들 역시 깨끗한 정책대결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흑색선전으로 지방자치를 진흙탕으로 빠뜨려선 안 된다. 나아가 중앙정치 의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지방선거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직자들이 유력후보에 줄을 서는 구태는 개선해야 한다. 부도덕한 후보가 당선되는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잘못된 지도자는 나라를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어지럽게 한다.(昏庸無道)”고 옛사람들은 우려했던 것이다. 사실 지방정부의 수장을 잘못 뽑으면 지역주민들이 길 없는 길(無道)에서 우왕좌왕 헤매게 된다. ‘논어’ 계씨편에 나오는 ‘천하무도(天下無道)’에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지칭하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일컫는 말인 ‘혼용(昏庸)’을 합친 것이다.

물론 후보자 자신이 깨끗하게 임해야 한다. 자신의 정책과 장점을 말할 뿐 상대에 대해 비난해선 안 된다. 아무리 선거판이라고 해도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이다. “남을 나무라는 이는 그 사귐이 바르지 못하고, 자신에게 관대하게 용서하는 자는 제 허물을 고치지 못한다.(責人者不全交 自恕者不改過)” ‘경행록’의 가르침이다. 지방자치가 주민 참여하에 건실하게 발전하는 게 대한민국 부강의 지름길임을 재인식해야겠다. 풀뿌리민주주의 시험도장인 지방자치가 원활해야 튼실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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