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찍이 공자는 정치의 요체는 신뢰라고 봤다. '논어'에서 그는 "믿음이 있으면 사람들이 일을 맡기지만(信則人任焉) 믿음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고 일갈했다.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足食) 외적의 침입을 막아 안전한 생활여건을 만드는 일(足兵)이 중요하지만 그 근저에 신뢰가 없다면 그 모든 일이 헛된 일임을 강조했다.

수천년전 공자가 역설한 이 언명은 현대의 정치 세계에서도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죽비소리이다. 이 가르침을 가슴 절절히 새겨야 할 곳이 또 있으니 바로 오늘날 정치권력 못지않게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들이다.

전 세계가 페이스북의 이용자 정보 유출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페이스북 삭제(#DeleteFacebook)' 운동이 일어나며 페이스북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선망 받는 글로벌 인터넷 업체였던 회사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실추됐다.

페이스북은 부랴부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TV화면에 나와서 해명하고 해외 주요 영향력 있는 매체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면서 사건의 조기 진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크게 상처받은 전세계 넷심이 쉽게 누그러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지만 한 때 개방과 연결, 소통의 상징으로 전 세계 폐쇄적인 정권의 최대 위협이었던 페이스북이 어느 순간 정보를 독점한 거대한 괴물이 돼 우리 앞에 민낯을 들켜 버린 꼴이다.

누군가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묵시론적 미래소설 '1984'에 나오는 '텔레스크린(Telescreen)'의 실사판을 본 듯 경악했을 듯하다. 개인의 모든 사생활을 중앙의 '빅 브라더(Big Brother)'에 낫낫이 보고해 개인을 전체주의 체제에 옭아맸던 그 무시무시한 존재 말이다.

초연결성과 초고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보안이 생명이다.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과신한 나머지 페이스북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린 인터넷 기업들은 일어설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순자는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水能載舟 亦能覆舟)"고 했다. 대중은 무력한 듯하면서도 무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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