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최근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돼 '헬(지옥)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을 떠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뉴질랜드와 호주다. 오랜 준비 끝에 이들 나라로 이민 간 사람들은 처음 얼마간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고 한다.

하지만 마냥 이상향일듯한 뉴질랜드와 호주에 갔던 사람들이 몇 년 살고 다시 역이민을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박진감 넘치는 사건·사고들로 넘쳐나는 한국에 비해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다보니 단조롭다는 것이다. 그들의 귀국의 변은 "한국은 흥미진진한 지옥인데 뉴질랜드는 재미없는 천국"이다.

지난주 금요일은 그 역동적인 대한민국(Dynamic Korea)의 일상을 응축적으로 보여줬다. 오전에 삼성증권에서 우리 사주 배당을 1주당 1천원이 아니라 1천주로 하는 배당사고가 일어났다. 일부 몰지각한 직원들은 '이게 웬 횡재냐'며 재빨리 팔아 치웠다. 삼성증권 전체 상장 주식 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유령 주식'이 시장에 나오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12% 가까이 폭락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국내 증권 거래시스템의 허술함과 비록 일부일지언정 대기업 증권사 직원들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민낯을 봤다.

오후에는 한 때 이 나라 최고 권좌에 있었던 인물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지고 있는 가운데 1위 무선 사업체 SK텔레콤의 LTE 통신 서비스 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아직 LTE 서비스 투자 수익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있는 가운데 '5G(5세대 이동통신망)' 선도 투자를 통해 미래 ICT 경쟁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포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사고도 사고였지만 사고 대응도 아쉽다는 평이다.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된 속 시원한 사고 정보 공개도 없었고 SK텔레콤측이 약관상 보상 기준인 '3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괄 보상을 약속했지만 그날 통신장애로 파생적인 피해를 입은 퀵서비스·택배기사 등 스마트폰으로 영업하는 이용자들은 보상 수준이 미흡하다는 하소연이다.

삼성증권이나 SK텔레콤은 각각의 업계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이러한 업체들의 사고 대응력은 곧 우리나라의 사고 대응력을 표본적으로 보여 준다. 이민갔던 사람들이 역이민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인 삶이 매력인 나라라고 하지만 이제는 안전성도 갖춘 나라였으면 좋겠다. 앞서 나가는 것도 좋지만 뒷마무리도 깔끔하고 야무진 나라이고 기업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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