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의 당위성은 적지 않다.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일감몰아주기와 경제력 쏠림 심화, 협력사 및 하도급업체 등에 대한 ‘갑질’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갈 길이 멀다. 이런 현실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민주화 시작은 재벌개혁"이라며 재벌 개혁을 경제 민주화의 근간으로 삼아 추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성격 규정도 분명히 했다. 나름 예측 가능한 정책 어젠다(의제)를 설정했다는 측면에서 긍정 평가할 만하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최소한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는 게 경제민주화의 기본정신이라며 현행 헌법에도 '국민경제 성장과 안정,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조화' 등 경제민주화를 통한 국가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구체적 실천목표도 제시했다. 균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 공평한 분배다.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것에 가중치를 두느냐는 시대마다 달라지는데 경제민주화는 세 가지 요소를 우리 현실에 맞게 실현하고 국민이 신뢰하게 만드는 작업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부연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검찰’로서 재발 개혁의 방향성을 명쾌히 밝혔다고 본다. 옳은 자세다. 재벌 편중을 줄이고 중견·중소기업과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시대 명제에 따랐다고 하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시대 흐름이다. 당위다. 우리 사회에서 고용의 80%가 중소기업에서 이뤄진다. 동반성장이 이뤄져야 중소기업이 살고 중소기업 노동자의 삶이 개선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은 합리적 절차와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행해지고, 최종적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재벌개혁과 함께 규제 혁파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부조리한 행태에는 철퇴를 가하되, 정상적 기업 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날 선 칼날은 실용성을 겸비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재벌 개혁의 목표와 수단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마침 김 위원장도 재벌은 개혁 대상이지만 우리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재벌개혁은 대기업의 생산력을 무너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합리적 자세가 돋보인다. 재벌 개혁은 경제 위축이 아닌 경제주체들의 상생이요 시너지 극대화에 목표가 있음을 확인케 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