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우리나라는 여러 유럽국가나 미국이 수백년에 걸쳐서 이룩한 산업화를 단기간에 진행하다보니 정부의 역할이 컸다. 경제개발 초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본규모도 영세했고 신용도가 낮았기에 국가가 해외로부터 차관을 들여와 배분했고 기업의 투자도 결정했다.

정부가 기업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신용창구를 움켜쥐고 있었기에 기업인들은 정부 시책에 반하는 공개적인 언행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사생활의 영역이라 하더라도 '해외 원정 골프'처럼 국민 정서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행위는 규제 대상이 됐다.

영어에서는 이런 국가를 '내니 스테이트(Nanny State·보모(保姆)국가)'로 표현한다. 정부가 일반 국민을 마치 보모처럼 따라다니며 보호해주고 관리해준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보모의 보살핌이 필요하듯이 경제 성장 초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면 국가의 개입이 사라져야 하는데도 국가가 여전히 개입하고 간섭하려 든다는 것이다.

최근 4차산업혁명 핵심 기반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블록체인 관련 토론회를 가보면 상당 부분 ICO(가상통화공개)를 허용하고 민간에게 자율규제권을 달라는 민간 경제 관계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정부측 인사들의 논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ICO 허용론자들은 민간에게 자율적인 규제권한을 부여해 해외로부터 왕성한 ICO를 유치함으로써 경제가 활성화된 스위스의 사례를 많이 든다. 하지만 스위스는 민간 경제 행위자들이 자율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정부 개입 없이 사회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를 잘 조정한 역사적 경험이 누적됐기에 오늘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근 '물벼락 갑질'논란으로 일가족 전체가 '비행(非行)가족'임이 드러난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인들이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정부는 규제 권한을 내놓기 불안하고 시민사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민간기업인들도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규제완화를 외치는 한편 자율적인 시장경제 규범을 익히고 실천해 시민사회로부터 규제완화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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