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의원은 ‘무위도식’하는 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도매금으로 그렇게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정을 놓고 여야 정당 간 이견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나아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게 국회 본령임에도 정쟁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4월 임시국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국회의원들은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제 할 일은 하지 않고 막대한 세비를 축낸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이유이다. 설령 4년 임기 내내 국회에 불출석한다고 해도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어디 이뿐인가. 피감기관 자금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등 ‘갑질’은 관행이란 이름 아래 다반사다.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우리처럼 강한 나라는 드물 듯하다. 따지고 보면 개헌의 최대 걸림돌도 그런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왕적 대통령에 쏠린 권한을 국회로 분산하고,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한 선거제 개편(연동형 비례제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까닭이다. 실상이 이렇기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외부기관의 경비지원을 받는 국외출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고, ‘일하는 국회상’ 정립을 위해선 여기에서 그쳐선 안 된다고 본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선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특권 내려놓기’에 힘써야 한다. 그동안 역대 국회 개원 무렵마다 숱하게 국민 앞에 약속했던 실천에 다름 아니다. 2년 전에는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라는 기구까지 구성해 개혁안을 내놨다.

그 결과 체포동의안이 처리기한(72시간) 내 처리되지 않으면 최초로 개회하는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의무적으로 상정해 표결토록 함으로써 국회가 불체포 특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개선했다. 또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임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보좌직원의 보수를 다른 명목으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등 국회의원의 일부 권한을 현실에 맞게 새롭게 정립한 바 있다.

최소한의 폐지에 그치고 말았다. 의원 연봉 삭감, 독립기구에서 의원 보수 산정, 외국출장 때 공관 지원 최소화, 기초단체장·의원에 대한 불공정 공천권 행사 등은 기득권에 사로잡힌 정당들의 미온적 태도로 사문화되고 말았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도 국회의원 불체포·면책 특권과 특수활동비 폐지, 세비 결정권 반납 등을 발표한 바 있지만 말의 성찬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국익을 위해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면 특권 시비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립 서비스로 공약(空約)을 하지 말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 구현에 앞장선다는 진정성을 갖고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늘 25일은 ‘법의 날’이다. 입법부의 주역인 국회의원들부터 매사 수범을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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