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회복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북한이 23∼25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외무성 공보를 통해 지난 12일 표명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의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수 있어 긍정 평가된다.

핵 실험장 폐쇄는 북한의 미래 핵을 제거하는 조치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선 지속해서 핵실험을 해야만 하는데 이 실험을 하는 장소의 폐쇄로 이런 활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4월27일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등 한반도 안보 환경이 격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대좌하는 북·미 정상회담은 길잡이 역할인 남북정상회담의 매듭을 짓는다는 차원에서 참으로 중차대한 회담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지형을 바꿀 초대형 이벤트인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를 위해 서방 언론 앞에서 공개리에 폭파하겠다는 실천 의지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데 기여한다고 하겠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로 인해 일단 먹구름은 걷혔다. 당장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번째 회동 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신속하게 달성하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미 북한에 이런 미국 정부의 구상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북한 매체는 두 사람의 회동 관련 보도에서 '만족한 합의', '새로운 대안'을 가진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관심 등을 거론하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동안 북·미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해 대북 체제 위협 요인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경제적 보상은 거론이 덜 됐기에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물론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관계는 상반된다. 미국은 핵·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로 국제사회에 진입할 수 있기를 원한다. 비핵화 방식을 놓고도 양측은 ‘영구적 비핵화’(미국)와 ‘단계적·동시적 조치’(북한)로 입장이 딴판이다. 접점 찾기가 십지 않은 과제다.

문재인 정부에 주어진 책무가 크고 무겁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기회이자 위기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위배되는 제스처만 취하거나 한미동맹 균열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상황별·단계별 대비책을 세우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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