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지도층이 청산해야 할 악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가운데 탈세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은닉은 단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전직 대통령과 재벌총수 가족, 사회지도층 등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돈을 빼돌리는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웠다고 무조건 재산도피나 탈세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해외거래가 많은 기업의 경우 법률적 제약이나 투자자정보 노출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재산도피 등의 목적으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한국인 182명을 2013년에 공개했을 때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50여명의 탈세 혐의가 확인된 바 있다.

현실이 이렇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재산 탈세를 비판하면서 은익 재산의 추적과 환수를 위해 합동조사단을 꾸리라고 지시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일부 재벌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 일환으로 검찰이 하고 있는 부정부패 사건과 관련해서도 범죄수익 재산이 해외에 은닉돼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어 모두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MB와 국정농단 공범 최순실씨를 겨냥했다고 이해된다. MB는 자동차 부품사 다스(DAS) 재산, 최순실 씨는 독일에 재산 은닉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재산의 해외 은닉은 국가경제를 멍들게 하는 국부(國富) 유출로서 범죄행위다. 국세청과 관세청·검찰은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을 꾸리고 조사와 처벌, 범죄수익 환수까지 공조 수사하길 바란다. 당국은 구체적 명단 확보와 공개를 통해 나랏돈의 해외 유출을 막고 조세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에 해외 재산 은닉의 뿌리를 뽑길 기대한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위반에는 추상같은 제재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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