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낡은 건물 둘러싸고 '재건축 vs 이전' 마찰 심각
경인지방우정청, 주민들 다수 의견 묵살... 서명운동 등 반발

주차 3대만 가능한 양평우체국 주차장
 

[일간투데이 류재복 기자]“양평우체국은 반드시 행정타운에 세워져야 합니다.”

양평우체국이 있는 인접 주민인 박춘석 양근7리 이장(75)의 분노 어린 단언이다.

양평우체국은 현재 '재건축'이냐, '이전'이냐를 둘러싸고 심각한 홍역을 앓고 있다.지은지 45년이나 된 낡은 건물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 경인지방우정청(이하 경인청)이 일방적으로 우체국 재건축을 밀어붙이자 행정타운으로의 이전을 바라는 현지 주민들과 우체국 직원들까지 서명운동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지난 15일 현장을 찾은 기자와 만난 박 이장은 시종 울분을 감추지 못한 채 경인청의 양평우체국 재건축 방침을 성토했다.

“현재 12만명이 거주하는 양평군은 곧 시(市)로 승격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에 걸맞는 행정기관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양평우체국은 아주 옛날에 지은 건물로 부지가 100여평이 조금 넘고 또 승용차 3대만 주차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의 주차장으로 화재가 나도 소방차도 못들어옵니다. 또 연말연시나 명절때가 되면 집배원들이 좁은 골목도로에서 택배물건과 각종 우편물들이 포화상태가 돼 난장판으로 벌려놓고 쌓아놓고 분류작업을 하는 등 주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참으로 답답하고 속이 터지는데 다시 이곳에다 재건축을 한다는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그는 이어 “지금 다른 곳을 보면 모두가 좁은데서 벗어나 넓은 공간에다 행정기관들을 새로 짓는게 대세인데 왜 양평우체국은 이 좁디좁은 골목에다 재건축을 하려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국가는 주민들의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하고 현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현장을 살펴야 하는데 이를 묵살하면서 이전을 하지 않고 다시 이 자리에다 짓는다면 우리 주민들과 40개마을 리장들이 연명으로 재건축반대 탄원서를 제출할것이고 주야로 주민들이 몰려와 이전독촉 시위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춘석 양근7리 이장 


■ 45년의 낡은 건물로 승용차 3대만 주차 가능한 곳

연말연시, 명절 때 택배물 폭주로 좁은 골목에서 분류작업

박 이장의 제보로 이날 양평우체국 현장을 살펴본 기자 역시 숨이 막혔다. 군 소재지 우체국치고는 너무도 좁았다. 주차장을 살펴보니 박 리장의 말대로 승용차 3대만이 주차할 수 있는 흰 선이 그어져 있었고 우편물 분류현장도 아주 복잡했다. 우편물을 실은 차량이 후진으로 들어와야 했다.

기자는 바로 양평우체국장을 만나서 재건축 경위를 물어보았다. 올해 12월에 정년퇴직을 한다는 고재두 국장(60)은 “저는 올해말로 공직에서 물러난다. 저로서는 그냥 침묵을 지키다 퇴직을 하면 그만이지만 경인청이 이 좁디좁은 곳에 그대로 재건축을 강행하려 하는 것은 이해도 안되고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려는 처사에 저 역시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고 국장은 전남 담양출신으로 40년간 체신공무원으로 일 한 공직자다. 그는 “양평이 너무 좋아 퇴직후에도 정착을 하려고 하지만 우체국 재건축만은 주민들과 함께 막고 싶다”는 의지를 거침없이 밝혔다.

 

우체국 앞의 비좁은 골목길


■ 우정사업본부 경인지방우정청은 현위치에 재건축 확정

우체국직원-인근 주민들, 현위치 재건축 강력 반대

기자가 찾아온 사실을 알고 양평우체국 노조지부장인 이은봉(56)씨도 동석을 했다. 이 노조지부장도 “양평군에서 행정타운을 조성해 우체국 부지로 약 1천평을 주기로 했다. 이는 기자님이 직접 양평군 부군수와 도시과장에게 확인을 해 봐도 되는 사항"이라고 전한 뒤 "우리는 경인청에 다른 곳으로 이전해 새 청사를 짓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경인청에서는 20억원의 비용을 이미 마련해 놓고 3층으로 현위치에서의 재건축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노조지부장은 또 “지금 바로 우체국 앞에 9층짜리 원룸공사를 하고 있어 가뜩이나 좁은 골목 도로가 불통이 되고 우펀물을 실은 차량도 정면 진입을 못해 후진으로 들어가 우편물을 내려놓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인데 다시 이곳에 그대로 재건축을 한다면 주민들이 난리를 치고 연일 시위소동이 전개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물맑고 산수 좋기로 소문난 경기도 양평, 그 양평에 소재하고 있는 양평우체국은 1973년도에 지은 45년이 된 낙후 건물이다. 지난해에는 구조안전성 미흡으로 안전진단 D등급을 받기도 했다. 또한 대지면적이 너무도 협소해 우편물 구분작업도 어렵고 특히 주차장이 없어 고객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5톤이상의 차량은 진출입이 어려워 우편물 운송에도 역시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노조지부장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경인청은 지난해 2월 이곳 현장을 실사했고 올 1월에 건립사업 투자사업반영을 요청하면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양평우체국을 방문한 후 본부에 조속한 건물공사를 요청했다. 그 후 조달센터에서 양평우체국 설계를 위한 현장을 답사한데 이어 2월에는 경인청과 조달센터가 설계를 위한 업무협의를 했고 3월 말경에는 조달센터장이 현장을 답사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양평군 관계기관 업무협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은봉 양평우체국 노조지부장 


■ 재건축 해도 부지협소 교통불편 등으로 주민들 민원 쇄도

2013년 6월 설립된 용문우체국, 총괄국 기능 살리지 못해


그러나 관계기관 업무협의 결과 경인청에서 현재의 양평경찰서 정문을 통해 양평우체국으로 우편차량이 통과할 수 있도록 주차장 및 후문개방을 요청했으나 경찰서에서는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또 양평군 의견은 현재의 양평우체국앞 신축건물 인허가 사항을 확인한 결과 진입로 추가 확보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인청이 추진하는 양평우체국 재건축은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이런 현실까지 종합 감안해 양평군에서는 향후 조성하는 행정타운에 양평우체국 부지를 선정해서 이전해 주겠다는 대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이 노조지부장은 “양평우체국은 양평군의 행정타운 조성계획에 포함시켜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양평군의 방안에 손을 들어주면서 "행정타운내로 이전, 신축시에는 규모를 크게 해 총괄국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추가했다.

하지만 경인청은 “재건축시 구조를 변경해 주차장 및 작업장 공간을 확보하고 우편차량, 이륜차주차장, 고객주차장 등을 확보하고 소포작업장 확보 및 집배실 규모를 조정하면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인청은 이미 지난 2013년 6월에 총괄국 이전을 목적으로 용문우체국을 건립했기에 신규 타부지를 선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청은 또 양평군의 대안과 관련, 지난 4월 양평군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용역을 착수, 대상지를 선정했다고 하지만 아직 토지주인들과 보상협의를 하지 않고 관리계획 등 도시계획 시기 등이 미확정 상태로 우체국 부지가 불확실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현재 위치의 재건축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우정사업본부측도 경인청과 같이 ▲양평군의 행정타운조성 계획이 불확실 ▲건물 D등급 해소가 시급 ▲설계보완으로 작업공간 확보 가능 등의 주장과 함께 물류작업 환경 및 영업창구 개선 등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재건축을 하겠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재두 양평우체국 국장 


■ 郡은 선관위, 국민건강보험, 우체국 위해 행정타운 조성

현재 대상지 선정 지주들과 협의, 올 여름에 마무리

반면 고 양평우체국장과 이 노조지부장은 우정사업본부나 경인청의 주장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일축했다.

고 국장은 “190평의 좁디좁은 부지 때문에 현 위치에 재건축을 한다 해도 주차 및 작업공간 부족 문제로 항상 민원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재의 건물 앞에 원룸 신축중으로 도로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우편차량 진출입이 어려워 물류기능이 상실된다"고 진단했다.

이에따라 고 국장은 "양평군의 행정타운 조성계획에 포함된 우체국 이전 신축이 절대적으로 타당하다"고 거듭 강조한 뒤 "양평군에서도 이 문제를 알고 1천평의 부지를 확보해주려고 한다. 신청사가 세워지면 규모를 크게 해 총괄국 기능을 유지하고 양평을 포함한 집배센터로 강상-옥천-개군우체국의 통합도 가능하다”고 분석했고 이에 이 노조지부장도 적극 동의를 표했다.

기자가 다시 “경인청의 현재 의견은 어떤가?”라고 질문을 하자 이 노조지부장은 “현재의 이 곳 우체국 청사가 너무도 협소해 이웃 용문에 총괄국 이전을 목적으로 용문우체국을 2013년 6월에 건립했으나 양평지역 주민들이 총괄국은 양평읍에 있어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해 총괄국 이전이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노조지부장은 또 "경인청은 이전 신축시에는 임차 청사를 빌려써야 하는 문제로 비용이 발생되고, 군에서 행정타운 부지를 확보해줘도 예산반영 시기를 확정할 수 없고 또 우체국건립에 최소 10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현 위치 재건축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평우체국 재건축을 앞두고 논란이 심화되는 현장에서 주민을 대표하는 이장, 그리고 이전을 원하고 있는 양평우체국장과 노조지부장을 만나 본 기자는 마지막으로 양평군 당국의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군청을 방문, 안철영 도시과장을 만났다.

이에 대해 안 과장은 “양평우체국, 양평군선거관리위원회, 국민건강보험양평지사 등 3개기 관을 이전시키기 위해 행정복합시설 설치를 위한 공공청사 건립을 위한 군관리계획수립 용역에 착수했다”면서 “관련 공공기관과 협의해 토지매입 등 후속절차가 최대한 조속한 시일내에 추진될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양평군청 청사


안 과장은 또 “군에서 대상으로 정한 토지의 지주들을 현재 접촉 중에 있으며 하루빨리 이를 집행해 결정이 되면 군에서는 우체국, 선관위, 건강보험공단 등 3개 기관장과 MOU(양해각서)를 맺은 후 이전 작업에 착수를 할 것”이라며 “양평우체국을 현재의 부지에 다시 재건축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하고 특히 주민들의 반발과 소요가 클 것이기에 여름철 안에 끝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평우체국을 비롯한 강하, 양서, 서종, 옥천, 용문, 청운, 단월, 강상, 개군우체국 등 10개 우체국 직원 120여명은 “우리들은 양평우체국 현 부지에다 양평우체국 건립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언제까지 양평군민들은 주차장 없는 우체국을 이용해야 하나” “우체국 5톤차량이 진입하는데도 무리가 있고 발착장에 이륜차주차로 발착을 할 수 없기에 넓은 부지에 우체국을 세워야 한다”면서 연명으로 현위치 재건축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과연 경인청이 현장의 절대 다수 의견을 수용해 양평우체국의 이전으로 방향을 틀것인지, 아니면 현위치 재건축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인지, 우정사업본부의 '소통의 수준'과 '정책 기준'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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