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파괴'에 대한 기업동향과 일반 직장인들의 생각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최근 '호칭'을 파괴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부장‧과장 대신 이름 끝에 '님'을 붙이는 방식이다. 정말 '~부장님'을 '~님'으로 바꾸면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우선 기업의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 호칭은 직위와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전문지식과 책임을 가지는 담당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SK텔레콤은 당시 설명했다.
단순히 '님'뿐만 아니라 영어 이름을 쓰거나 '프로', 'PD' 등 특정 단어를 사용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 CJ, 카카오 등 잘 알려진 기업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같은 움직임…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호칭 파괴'에 대해 일반 직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사람인은 지난 16일 기업 962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내 직급‧호칭파괴 제도'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호칭파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11.6%를 차지했다. 이들은 제도 도입이유로 '수평적 조직문화로 개선'(53.6%, 복수응답)을 1순위로 꼽았다.
반면 도입하지 않거나 도입을 해도 다시 직급체계로 돌아간 기업은 88.3%로 집계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은 응답자가 '호칭만으로 상명하복 조직문화 개선이 어려워서'(37.3%, 복수응답)라고 답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호칭파괴를 도입했지만 이것이 정착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직장인들의 인식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동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5.4%는 '호칭파괴 제도'의 효용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25%는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83.3%도 향후 도입 의사가 없다고 밝혀졌다. 실제로 KT나 한화처럼 호칭을 변경했다가 기존 직급체계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그 의도만 놓고 본다면 '호칭파괴'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앞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듯 '호칭만으로' 기존 조직문화 개선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조직의사결정시스템을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지금 독자 앞에 앉아 있는 저 '과장', '팀장', '부장'은 정말로 수평적 기업문화의 상징인 '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정우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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