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이제 10여일 남았지만 예전 같지 않은 열기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7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6강을 예상하는 국민은 37%에 그쳤다. 이는 최근 16년 내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무엇이 국민들의 기대를 떨어뜨렸을까. 선수, 감독, 그리고 경기 결과·운영 등 이유를 생각해보면 꽤 많다. 게다가 지난해 김영권 선수의 '관중의 함성소리' 발언은 당시 경기장에 있지 않았던 국민들까지도 민망하게 만들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보는 것처럼 관람했어야 했을까. 의도와 다르게 말이 나왔고 오래 전 일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관심을 무안하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표팀과 국민 사이에 흐르는 이 묘한 냉기를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최근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의 발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엄밀히 말해서 우리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축구를 즐기고 사랑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를 위한 제도적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 보여준 그의 냉철하고 정확한 해설을 기억한다면 이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발언이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기간 중 경질돼 입국하던 차범근 당시 대표팀 감독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다. 감독을 월드컵 중 경질하는 사례는 드물다. 하지만 협회는 졸전을 펼쳤다는 이유로 차범근 감독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국민들이 축구를 즐기고 사랑하게끔 노력해야 할 협회가 오히려 반대 노릇을 한 것이다.

우리는 그 후로도 차범근 감독과 같은 사례를 수차례 지켜봤다. 감독을 향한 잦은 경질과 사퇴는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쳤고 선수들은 예전 같지 않다. 그렇게 팬들은 이기는 경기만 챙겨 보게 됐고 축구에 대한 즐거움은 잊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흐르고 있는 이 냉기가 한순간에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축구는 분명 예쁘지 않다. 악착같이 따라붙고 미친듯이 뛰는 '근성'으로 대한민국 축구는 오랫동안 성장해왔다. 덕분에 2002년 월드컵과 같은 성과도 이뤄냈다. 전에 보여줬던 근성과 의지를 협회와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다시 보여주기를 바란다. 16강 못가면 어떤가. 국민들은 그 '파이팅'에 다시 응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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