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홍정민 기자
[일간투데이 홍정민 기자] 유럽, 미국 등 해외에선 주 4일제 도입을 비롯해 근로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 왔다. 독일은 근로시간 저축제도를 시행해 하루에 8시간 일하기로 한 직원이 10시간을 일했을 경우 2시간은 나중에 직원이 원하는 시기에 그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다. 유럽보다 노동시간이 긴 미국도 주 40시간 근무가 기본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6년부터 주 30시간 근무를 시행했다. 근무시간은 짧지만 주 40시간 근로자와 같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도 다음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지난 11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근무시간 도중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나 회식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상사가 참석을 강요해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업무 관련 접대도 상사의 지시나 승인이 있어야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해외 출장 등 장거리 출장의 이동시간은 노사간 합의로 근로시간에 포함될 지의 여부를 정해야 한다.

고용부는 노동시간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종속된 시간'이라고 정의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후 기업과 근로자 양측에서 모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되는데 가이드라인이 임박하게 나온데 이어 내용이 모호해 세부 사항은 전부 사례별로 판단해야 된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이 가이드라인으로는 각 현장별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처하기엔 애매해 오히려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근로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근무시간을 단축해 저녁있는 삶이 생기는 반면 그만큼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전체 근로자의 약 11%인 95만 여명의 임금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가이드라인 기준도 불명확해 업무상 지인과 식사, 해외 출장, 워크숍 등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도 불명확하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일단 시행해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으나 이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기업의 경우 당장 다음달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는데 만약 이를 어길 시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용부가 제시한 노사간의 합의에 따른다는 조항은 노조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근거가 돼 협의사항이 많아질수록 노사간의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시행이 될 경우 대규모의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고용부는 지금이라도 기업과 근로자 측이 진정으로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가이드를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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