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일간투데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안전 보장을 제공하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 북한의 4·27 판문점선언 재확인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 북한 지역의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또 정상회담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이른 시점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격이 맞는 북한 고위급 인사 간에 후속 협상을 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백악관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70년 적대관계를 털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의 길을 함께 가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지구상 유일의 냉전 지역이던 한반도가 군사적 대결 상태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적에서 동반자로… 평화의 ‘첫 발’

이번 회담은 포괄적이며 선언적이다. 특히 합의에서 미국이 원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빠졌다. 비핵화의 구체 조치나 시한이 담기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 재확인’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70년 동안 대결해온 양국의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나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큰 틀의 공동 목표를 설정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냉전과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엄중한 현실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비핵화 로드맵은 실무자들 간의 후속 회담에서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양국 정상 간 합의는 실무자들이 관여한 종래의 미·북 합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북한이 절대적 존재인 김 위원장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싶다. 북한이 CVID란 표현에 대해 무조건 항복이 연상된다며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 비핵화 구축 과거 전철 밟아선 안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CVID와 유사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4·27 판문점선언도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돼 있다.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CVID 없이 이뤄질 수는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이행까지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지만 단계적인 제재 완화 조치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는 시작됐다. 그 여정은 여태까지 걸어보지 못한, 새롭고 낯선 미지의 길이다. 전쟁 위기의 갈등과 대립에서 화해와 평화로 가는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평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번번이 불신만 증폭시킨 전례도 있다. 협상 과정에서 튀어나올 ‘디테일의 악마’는 물론이고 남북미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외교 게임이 될 것인 만큼 동북아 정세는 급격하게 요동칠 것이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숱한 장애물을 넘어 견고한 평화를 만드는 커다란 숙제가 시작된 것이다. 또다시 과거와 같은 속고 속이기, 숨바꼭질 게임이 된다면 지난 몇 개월의 외교적 격동은 한여름 밤의 꿈같은 쇼로 끝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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